"지옥과도 같았던 '단약' 과정... 구원의 손 내밀어준 건 가족이었다"
파이낸셜뉴스
2024.07.23 18:23
수정 : 2024.07.23 18:23기사원문
(19) 마약중독자에서, 이젠 마약류 퇴치에 앞장 서는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 <下>
심신 모두 망가져 매일 비관만 하던 시절
어머니의 이해와 격려로 치료 이어나갈 수 있어
이기원 온누리교회 목사 등 많은 이들의 도움받아
중독예방·재활 지식 나누며 세상에 보답할 것
그는 "마약류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색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한번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에게 완치는 없다"며 "당장은 마약류의 유혹에서 벗어날지 몰라도 다시금 인생에 시련이 찾아오면 마약류의 유혹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 마약류 중독자들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회복 불가' 판단에도 가족이 버팀목"
전씨는 지난해 3월 초 라이브 방송을 하며 약을 대량으로 삼킨 뒤 구조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 매일매일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비관적이다 보니 당연히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집에 은거하며 살았다. 사회생활을 안 하다 보니 비관적인 생각은 나날이 커져만 갔고,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전씨의 '히키코모리' 인생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은 가족이었다. 전씨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만 하는 나를 어머니께서 이해해주고 나무라지 않고 계속 치료받고 회복할 수 있게끔 격려했다"며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조성남 전 원장, 남경필 대표 등이 날 살려"
한 사람이 마약류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전씨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조력자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히키코모리로 있던 시절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기원 온누리교회 목사를 알게 됐다. 이 목사는 내가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준 조력자"라며 "시간이 되면 나를 만나주거나 계속해서 나에게 교인을 소개해 주면서 재사회화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회복하게 해주는 등 사회에서 격리된 채 나락으로 빠지던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을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이 목사뿐만 아니라 남경필 J&KP 대표(전 경기도지사)와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박상규 대학을위한마약및중독예방센터(DAPCOC·답콕) 사무총장 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씨는 사회적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답콕에 참여하면서 예방사역에 동참하니 '나같이 실패한 인생도 사회적으로 좋은 뜻에 사용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이제껏 살면서 저지른 죄가 너무 커서 도움 될 일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 스스로를 죄악시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내가 받은 도움 꼭 나눌 것"
전씨는 이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마약류가 자신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통계를 보면 한국 역시 더 이상 마약류 중독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회"라며 "그런데 답콕을 통해 대외적으로 교육에 나가면 교육대상자 대다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교육자인 나의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진솔하게 교육 대상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앞으로 중독예방·재활에 관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를 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원장으로부터 여러 지식을 교수받을 때마다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는 더 큰 궁금증에 직면하는 등 중독예방·재활 분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조 원장의 권유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운이 좋게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 같은 경험은 보통의 중독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기에 이들의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마약류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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