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으로, 권력으로, 사랑으로… 오페라 탄호이저의 여신 '베누스'
파이낸셜뉴스
2024.08.26 17:57
수정 : 2024.08.26 17:57기사원문
베누스는 고대 로마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모성, 아름다운 여성성의 상징이다.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매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탄호이저를 자신의 마법동굴, 베누스베르크로 유혹해 쾌락과 무한한 사랑을 제공한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장식적임과 동시에 강렬한 베누스의 매력을 전달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는 1861년 파리 초연 때 발생했다. 당시 베누스 역을 맡은 가수에게 등장 장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주문했는데,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바그너는 베누스를 우아하고 고요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여러 번의 수정과 연습을 토대로 관객들에게 오히려 신비로운 베누스를 보여주게 됐다.
탄호이저는 베누스와의 관계를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분노를 사게 되고 용서를 구하고자 로마로 순례길을 떠난다. 용서를 받지 못한 탄호이저는 다시 베누스에게 돌아가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를 오랜 시간 사랑해온 정숙한 여인, 엘리자베트의 희생을 통해 구원받게 된다. 결국 신성한 사랑을 선택하지만 바그너 본인은 베누스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실제로 바그너는 작곡 과정에서 자신의 영감이 베누스의 무한한 사랑과 열정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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