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감싼 뜨개옷…누가 만들고, 봄에는 어디로?
뉴시스
2024.11.12 10:53
수정 : 2024.11.12 10:53기사원문
군포 수리동 주민자치회 수릿길 나무 뜨개옷 입히기 진행
[군포=뉴시스] 박석희 기자 = "눈 쌓인 응달에 서 있는 겨울나무야, 따뜻하게 보내렴"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 군포시 수리동 수릿길 일대 가로수 140여 그루가 알록달록한 뜨개옷을 입었다. 주황색, 초록색 털실 위에 보라색, 빨간색의 다양한 꽃무늬가 올망졸망 달렸다.
12일 군포시 수리동 등에 따르면 이 뜨개옷은 관내 주민자치회 회원들의 손끝에서 왔다. 회원들은 꼭 맞는 나무 옷을 제작하기 위해 실측을 통해 둘레 등을 잰 뒤 3개월 가량 정성스레 한땀 한땀 뜨개질을 통해 관련 옷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뜨개질에는 관내 수리고등학교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총 뜨개옷 140여점 중 25점은 수리고등학교에서 직접 제작했으며, 옷 입히기까지 참여했다.
네모난 모양의 옷을 다 뜨고 나면 나무에 두른 뒤 현장에서 매듭을 지어 마무리했다.
5~6년 전 처음으로 수릿길 일대에 가로수 형태로 심어진 느티나무 80여그루가 뜨개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 후 계속 늘어나 올해는 140여그루가 알롯달록한 예쁜 옷을 입혔다. 나무들은 이 옷을 내년 2∼3월쯤까지 입는다.
이후 나무들이 벗은 옷은 헐고 낡은 것은 소각처리 되지만 나머지는 다음 겨울을 위해 보관한다. 주민자치회 회원들은 봄이 오면 겨우내 뜨개옷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낸 뒤 깨끗이 세탁해 햇볕에 말리는 등 재보수 작업을 한다.
이후 다시 겨울이 오면 미리 메모해 둔 나무 치수와 뜨개옷을 일일이 대조하며 나무마다 꼭 맞는 옷을 준비·입혀준다.
고진해 수리동 주민자치회 회장은 “겨울철 한파로부터 가로수를 보호하고 수리동의 명소인 수릿길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이 일을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나무 뜨개옷 입은 수릿길에서 즐겨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 회원 모두가 뜨개옷을 정성스레 만들고 세탁한다"며 "디자인도 회원들이 직접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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