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 10일까지 2라운드…합의 불발시 '억지 추경' 우려도
파이낸셜뉴스
2024.12.02 16:35
수정 : 2024.12.02 16:35기사원문
국회의장, 野 단독 예산안 상정 연기
"與野, 합의해달라…정부도 노력해야"
여야는 여전히 강대강 입장 고수
與 "野 사과·철회 전까지 어떤 협상도 없다"
野 "뻔뻔한 예산…대안 먼저 가져와라"
정부 "민생·경제위기대응 골든타임 놓칠 우려"
감액안 그대로 통과시 '내년초 추경 불가피' 전망도
[파이낸셜뉴스]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 통과 시한이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달 10일까지 미뤄졌다. 현재 예산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예산안을 두고 당분간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양측 모두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산파국 미뤘지만…협상 성사 불투명
우원식 국회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관한 법정 기한인 2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제시하고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정기국회 기간인 이달 10일까지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법정 기한 미준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안 본회의 상정을 미룬 이유는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다.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는 책임과 도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를 향해서도 우 의장은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것을 하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 의장이 예산안 협상 시한을 늘렸지만 여전히 여야가 예산안 추가 협상에 나설지 여부는 미지수다. 양당이 현 사태의 탓을 서로에게 돌리며 전제 조건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야당의 선(先)사과와 예산안 철회'를, 야당은 '여당의 선(先)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간 협상이 성사된다고 해도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가능성도 낮다. 여당은 민주당이 주장해 온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에, 야당은 여당이 성토하고 있는 검찰·경찰·감사원 등 기관의 특활비 복원에 각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정부 "내년 불확실성 엄중, 골든타임 놓친다"
여야의 예산 갈등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민생 예산을 포함,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예산이 예상보다 더 한정되면 경제정책 운용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특히 반토막(2조4000억원) 난 정부 예비비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예비비 삭감으로 정부가 최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밝힌 반도체 산업 지원도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력망 지원은) 사업이 확정되지 않아 (일단 내년 예비비에서) 예산을 전용한 후, 내후년 예산부터 항목이 정해진다"며 "예비비가 삭감되면 전력망 기반시설 지원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기재부는 야당이 주도한 예산안에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 확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내수 활수화 방안이 빠진 점을 비롯해 청년·아이돌봄·의료개혁·마약 등 범죄대응 예산이 줄어든 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야당 단독 처리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시 정부의 대응 방안이 제한적인 점도 문제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아닌 예산안에 정부가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부처 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조정해 재배정하거나 예비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비, 특활비 등이 삭감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 합의 없이 감액안이 그대로 처리될 경우, 내년 초 추경 편성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추경도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편성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최 부총리는 "야당은 단독 감액안을 처리한 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보완해달라고 주장하나 증액할 사업이 있으면 여야가 합의해 본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최아영 김규성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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