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고전 끝에 결국 쫓겨나...시장 환영

파이낸셜뉴스       2024.12.03 03:26   수정 : 2024.12.03 03: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참다못한 이사회가 겔싱어 CEO를 전격적으로 축출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환영했다.

겔싱어 사퇴 소식 뒤 인텔 주가는 장중 5% 가까이 급등했다.

4년 가까운 겔싱어의 인텔 변혁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인텔은 이날 오전 겔싱어 CEO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모양은 사퇴지만 실제로는 해고당한 셈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CNBC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지난주 이사회와 겔싱어가 충돌했다면서 이사회는 겔싱어의 턴어라운드 계획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사들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텔과 달리 엔비디아는 첨단 부문에서 훨훨 날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석이 된 CEO 자리는 새 CEO를 구할 때까지 당분간 공동체제로 간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와 인텔 제품 담당 CEO MJ 홀타우스가 공동 임시 CEO로 지명됐다.

또 인텔 이사회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프랭크 이어리 이사가 임시 회장을 맡기로 했다. 이어리는 이번 겔싱어 축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인텔 이사회 최장수 이사인 이어리는 새 CEO를 찾는 역할도 맡게 됐다.

이어리는 “더 날씬하고, 단순하며, 생기 넘치는 인텔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인텔에서 쫓겨난 겔싱어는 올해 63세로 인텔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인텔의 초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됐다. 이후 회사를 떠났던 겔싱어는 2021년 인텔 정상화 임무를 받고 VM웨어 CEO에서 인텔 CEO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CEO로 금의환향한 겔싱어는 쇠락하던 인텔을 부흥시키기 위한 과감한 계획들을 펼쳤다.

반도체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 TSMC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 곳곳에 대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재도약을 위한 이 시도는 그러나 인텔에 막대한 부채 부담을 주는 한편 보유 현금도 빠르게 고갈시켰다. 회사의 유연성을 해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겔싱어는 미 반도체 부활 깃발을 내걸고 마련된 칩스(반도체)법도 최대한 이용했다. 인텔은 이 법의 최대 수혜자다. 이 법에 따른 미 정부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이 바로 인텔이다.

그가 축출되기 1주일 전에는 미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지원금 78억6000만달러를 인텔에 지원하기로 최종 승인하기도 했다.

겔싱어는 또 인텔을 주요 방산 업체로도 만들었다. 미 국방부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수십억달러짜리 계약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가 CEO로 있던 지난 4년 인텔 주가는 60% 가까이 폭락했다. 올해에만 낙폭이 50%가 넘는다.

AI 그래픽반도체(GPU)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올해 180% 넘게 폭등한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인텔 역시 ‘가우디’라는 AI 반도체를 만들고는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확보가 더뎌 올해 목표로 세운 5억달러 매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인텔은 아울러 파운드리 사업도 적자를 본 끝에 지난 9월 분사 계획을 내놨다.


투자자들은 겔싱어 축출을 반겼다. 인텔은 장중 5% 가까이 급등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난 주말보다 2% 넘게 뛴 24.55달러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