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쓸 때마다 내 질문, 사랑 향했다"
파이낸셜뉴스
2024.12.08 07:05
수정 : 2024.12.08 14: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나는 쓰는 사람입니다.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삽니다."
그는 '빛과 실'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상자 안에서 일기장들과 함께 여덟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들을 발견했다며 그 안에 적힌 시 두 연을 공개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한 작가는 자신이 쓴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한 배경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설명했다.
그는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며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며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관련해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며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고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며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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