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
파이낸셜뉴스
2025.01.05 18:09
수정 : 2025.01.05 18:13기사원문
평생 동안 '무대멍석' 깔아
연극인 위해 '나눔의 멍석'
씨어터치 콘서트 큰 보람
이 마음이 전해졌는지 감사히도 강필석, 김경선, 김소현, 김순희, 루나, 마이클 리, 박건형, 박지연, 배두훈, 배해선, 손준호, 아이비, 정선아, 최재림, 최정원, 홍지민, 원기준까지 선뜻 재능기부하겠다고 나서 주었다. 한자리에 모을 수 없을 배우들인 만큼 티켓 판매 문의가 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어디 그뿐인가. 강주리, 김무호, 김선두, 김영삼, 김일해, 박인호, 신동권, 신흥우, 임남훈, 한홍수 등 대한민국 대표 미술작가들도 소중한 작품을 내어 주었다. 판매 수익금은 연극인들을 위해 기부된다. 이렇게 대가 없이 나서 준 이들 때문에라도 공연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눔은 주는 자, 받는 자 모두를 축복하는 미덕이라 했던가. 콘서트를 함께해 준 분들 모두 이미 기쁨이란 큰 축복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목 디스크로 찌부러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매 순간 기적 같고, '아직 세상 살 만하구나' 싶다.
재단과의 인연을 돌이켜보면 사람을 중시하고 한번 이어진 관계를 중히 여기는 내 삶의 방식이 스스로를 '나눔이란 축복의 길'로 이끈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굳이 구태여 또 일을 벌이냐'는 말이다. 재단 일을 뒤에서 돕겠다고 나섰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 또한 그 말이었다. 하지만 병든 이를 위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힘겨운 상황에 놓인 연극인을 위한 긴급지원과 오랫동안 한길만 걸었지만 소외된 연극인을 찾아내 응원하는 사업들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기부자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힘겨운 일로 좌절하다 재단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 연극인 중에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연극인을 돕겠다며 주머니를 털어 기부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나눔의 가치를 다시 느낀다.
그 연극인을 일으켜 세운 것은 돈이 아닌 세상의 관심과 응원이었을 것이다. 액수를 떠나 기부해주신 모든 분들께 당신의 손길이 이런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꼭 전하고 싶다.
그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2023년, 100분 정도를 연습실에 초청해 씨어터치 콘서트를 열었었다. 모인 모든 이들이 환호하고 기뻐하며 나눔의 축복을 함께했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벅찬 감동이 2025년, 1000석 규모의 극장으로 확장할 힘을 실어 주었다. 평생 막 뒤에서 무대라는 멍석을 깔아 온 내가 '나눔의 멍석'을 깔며 유독 긴장하는 이유는 무얼까. 모실 분들이 내게 너무도 귀한 인연들인지라, 행여 누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리라. 그 묘한 긴장감에 요 며칠 기부에 동참하겠단 연락을 받을 때마다 '박명성, 너 연극하길 잘했다!'며 스스로 어깨를 다독이게 된다. 기부는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 들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또 어떤 멋진 변화가 찾아올지 벌써 가슴이 설레온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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