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업계 "노루페인트, 자발적 협약 위반...'노룰 페인트'"

파이낸셜뉴스       2025.01.09 10:10   수정 : 2025.01.09 10: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제조업체들이 노루페인트가 지난 2022년 환경부와 체결했던 자발적 협약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월 16일 주요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페인트 실험결과, 현장에서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노루페인트에서 판매대리점에 유성수지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은 유성을 사용하는 것을 방조한 것으로 즉시 회수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해 3월 노루페인트가 출시한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다.

출시 당시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용성 페인트라고 홍보했다.

환경부는 워터칼라플러스가 실제로는 유성이라고 봐야 한다는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업계의 목소리에 따라 지난해 8~9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KIDI),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 수용성 여부 확인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 결과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희석제를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13.7로 나타나 확연히 다르게 보일 정도로 색상 차이가 컸다.

반면 노루페인트가 제조하는 유성수지 및 유성희석제(제품명 HQ)와 섞었을 경우 색상 색상 편차가 0.5를 나타냈다. 색상 편차 수치가 클수록 해당 색상의 재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국 수용성보다는 유성으로 사용해야 정확한 색상이 구현된다는 뜻이다.

또한 해당 페인트의 색상 편차가 0.5일 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은 766g/L을 기록했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L)의 3.8배에 달하는 수치다.

페인트 업계는 "노루페인트가 워터칼라플러스를 대리점에 공급하면서 유성 수지와 유성희석제를 사용하라고 권장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간담회 자리에서 노루페인트에 유성으로 판단되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협약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협약 위반사실을 공개하고, 관련 제품을 전량 회수 조치한다는 자발적 협약 제8조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노루페인트와 함께 시장에서 편법으로 유성 조색제, 유성 수지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니온플러스와 씨알엠에 대해서도 향후 꼼수 유통 근절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업계는 "편법·불법적인 자동차 보수용 유성 페인트 유통은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며 "법이 정하는 바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페인트 제조업체와 이를 유통하는 판매대리점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법의 허점과 어려운 단속 현실을 악용하고 있는 일부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보수용 시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일부 업체의 유성 베이스코트 판매가 증명된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노루페인트는 그린워싱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노루페인트는 이처럼 뒤로는 불법·편법적인 일을 자행하면서 앞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평가에서 페인트 제조업계 중 유일하게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노루페인트가 아니라 노룰(NO RULE) 페인트"라고 비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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