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기술이 필요할 때

파이낸셜뉴스       2025.01.12 19:24   수정 : 2025.01.12 19:24기사원문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 1면 사진을 자신이 만든 미디어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제목은 'THE DONROE DOCTRINE'(돈로 독트린)이다. '돈로'는 트럼프 당선인과 제임스 먼로 미국 제5대 대통령의 합성어다.

아메리카대륙의 지역 패권을 선언한 먼로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먼로 독트린'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를 압축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패권주의 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취임식(20일)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적 화법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적군, 아군을 가리지 않고 거침이 없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제경제와 외교질서가 요동친다. 미중 패권다툼의 연장선상에서 동맹국들을 겨냥한 관세폭탄 발언으로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문제까지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든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와 파나마 운하의 미 통제권 확보 등 마치 중세시대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진짜 속내는 대중국 견제력 확대다. 이처럼 트럼프식 거친 협상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우선 상대방이 생각지도 못한 충격화법으로 멘붕에 빠뜨린다. 상대방이 적절한 방어선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판 흔들기의 강도는 더 세지면서 상대방의 목을 더욱 옥죈다. 협상의 판은 이미 트럼프가 주도하는 모양새고, 결국엔 상대방 최고위층과 담판을 통해 '빅딜'을 성사시키는 식이다. 협상 초반 거래 상대방을 흔들어놓고 자신만의 감을 고리로 협상을 이끌다 마지막엔 톱다운 형식으로 결론을 낸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외교전문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일단 본격 협상을 앞두고 충격요법을 써 상대방을 멘붕에 빠뜨린 후 무장해제를 시킨다. 우리 정부는 미리 한미 방위비분담 재협상 등에 철저히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목전에 두고 지금 우리에겐 '북핵'과 '한미 방위비'라는 주요 당면과제가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이 겹치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정혼란마저 지속되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라는 비정상 국가운영이 계속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정상(正常)적인 정상회담(頂上會談)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이 와중에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을 전후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케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2기 정부에 1기 때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합을 맞췄던 경험 있는 관료들을 대거 중용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미사일 고도화 능력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까지 북한군을 파병할 정도로 가까워진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 덕이다. 김정은이 북핵 고도화 전력을 고리로 미국과 사실상 핵 보유국 인정을 받는 핵군축 협상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자칫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미국 본토에 대한 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관리에 우선순위가 밀릴까 걱정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이슈도 '발등의 불'이다. 국회는 작년 11월 말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다. 2026년도 분담금은 약 1조5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8.3% 늘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우리를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며 100억달러(14조원) 청구서를 예고했다. 2026년도 분담금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벌써부터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상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카드로 방위비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내우외환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맞설 우리만의 '외교의 기술'이 필요할 때다. 정치권도 당장 미국 공화당 내 친한파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haeneni@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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