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한 끼 식사가 아닌 사랑입니다”…한파 녹이는 '전주함께라면'

뉴스1       2025.01.13 07:01   수정 : 2025.01.13 07:01기사원문

1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큰너머종합사회복지관 101호에서 한 노인이 라면을 먹고 있다. 이곳은 무료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전주함께라면' 사업이 실시돼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25.1.13/뉴스1 신준수 기자


'전주함께라면'은 1인 가구 등 사회적 고립예방을 위해 전주시가 고안한 복지정책이다.
누구나 먹고 가고, 놓고 가는 주민공유 공간인 라면카페 운영을 통해 외부와 단절돼 어렵게 지내고 있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 2025.1.13/뉴스1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장수인 신준수 기자 = "온정으로 끓인 라면 맛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전국에서 이 곳밖에 없을 거예요. 사랑의 맛집이라 할 수 있죠."

지난 10일 오후 3시께 찾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 101호. 문을 열자마자 구수한 라면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라면의 주인은 인근에 거주하는 이 모 씨(74)였다. 불편한 손 때문에 오랜 기간 직업을 갖지 못했던 이 씨에게 이곳은 추운 겨울 따뜻한 라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날도 그는 아내가 일하러 간 사이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라면을 먹으러 101호를 찾았다. 호호 불며 라면을 먹던 이 씨는 꽁꽁 얼었던 몸이 녹는 듯 외투를 벗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이 씨가 라면을 끓여 먹은 공간은 '전주함께라면'이다. 전주시가 취약계층의 고독사 예방과 사회적 고립위험 대상자 발굴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곳이다. 이곳의 라면은 조금은 특별하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직장인, 독지가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한 라면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전주함께라면'은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사랑방이자, 안식처다.

30분쯤 지났을까. 인근에서 아픈 아내와 둘이 살고 있는 조 모 씨(75)도 라면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신중하게 라면을 고르던 조 씨는 순한 맛 라면을 선택했다. 공간이 익숙한 듯 옆에 비치된 기계와 냄비로 라면을 끓였다. 101호는 또다시 구수한 라면 냄새로 가득 채워졌다.

그는 라면을 다 먹은 후에도 복지관 직원과 도란도란 일상 얘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조 씨는 "몸이 아픈 아내를 위해 밥을 차려주고 난 뒤, 혼자 복지관에 와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며 "2개월 전에 복지관에 부착된 포스터를 보고 왔다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자주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멀리 떨어져 살아서 왕래가 적고, 친구들도 나이를 먹다 보니 안 보게 되더라"며 "그래서 여기 계신 직원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집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한다는 한 모 씨(50대)도 이곳을 찾은 지 3개월이나 됐다. 그는 주에 3~4번은 복지관을 찾아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갔다.

그는 "인근 공원에서 노숙을 하다 복지관에서 무료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처음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온기가 넘치는 곳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으면 추위도 녹이고 배도 채울 수 있다"면서 "나같이 노숙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고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라면을 먹으려고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방문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이나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직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가신다"며 "단순히 라면만 먹고 가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사람과의 교류가 적었던 분들이 직원 선생님은 물론 같이 라면을 먹으러 온 분들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찾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함께라면'은 1인 가구 등 사회적 고립예방을 위해 전주시가 고안한 복지정책이다. 누구나 먹고 가고, 누구나 놓고 가는 주민공유 공간인 라면카페 운영을 통해 외부와 단절돼 어렵게 지내고 있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자는 게 핵심이다. 고향사랑기부금 1호 사업으로 추진됐다.

'전주함께라면' 카페는 △평화종합사회복지관 △전주종합사회복지관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전북종합사회복지관 △선너머종합사회복지관 △큰나루종합사회복지관 등 전주지역 6개 종합사회복지관에 조성됐다.

호응도 좋다. 약 6개월 동안 '전주함께라면'을 찾은 시민들만 1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속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뜻한 후원의 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현금을 포함해 9000만원 상당의 기부가 이뤄졌다. 익명의 기부자부터 사회단체, 기업 등 기부자도 다양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는 '전주함께라면' 운영을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판단되는 79가구를 새로 발굴했다. 현재 시는 개별 상담을 통해 이들 가구에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발굴해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통해 지역사회 내 고립가구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올해부터 전주함께라면 공간에 커피와 책도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전주함께라면, 전주함께라떼·북카페'는 국제로타리3670지구 전주3,4지역 클럽 후원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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