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톺아보기
파이낸셜뉴스
2025.01.13 19:22
수정 : 2025.01.14 17:10기사원문
공개 당일인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오징어 게임' 시즌2를 7시간7분간 '정주행'했다.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재미가 없었다면 7시간 넘는 TV 시청은 불가능하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 때문인지 시즌1만 못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라고도 얼핏 생각했다.
새로 등장할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제법 컸는데, '둥글게 둥글게' 정도를 빼면 눈길을 확 잡아끄는 강력한 게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도 비슷했는지, 다음 날 공개된 외신들의 리뷰도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첫번째 시즌에서 보여준 재미와 기발함이 부족했다"고 했고, USA투데이는 "시즌2가 전작과 유사한 요소를 갖췄음에도 예전만큼 신선하거나 날카롭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혹평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2'가 성공적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도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갖고 있는 강력한 파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오징어 게임2'의 순조로운 출발은 애초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시즌2 역시 서바이벌 장르물이 주는 재미와 함께 강력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갖는 최대 강점이다.
그 단초를 우리는 '빵과 복권'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시즌2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즌2는 456억원의 주인공이었던 기훈(이정재 분)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게임장으로 불러모으는 딱지남(공유 분)을 찾아나서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 내용을 담은 제1화에는 어렵게 찾아낸 딱지남이 사람들에게 빵과 복권을 내밀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이라면 빵과 복권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드라마는, 그리고 감독은 묻는다.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이번 시즌에 새롭게 도입된, 가장 강력한 게임인 OX투표로 이어진다. OX투표는 매 게임을 마친 뒤 목숨을 건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중단하고 그간 적립된 돈을 살아남은 자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질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선택인데, 이를 놓고 참가자들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다. 둘로 쪼개질 뿐 아니라 양극단에서 서로를 극렬하게 반대하며 상대방이 죽어 없어지기를 갈구한다. 공교롭게도 이 장면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을 떠오르게 한다.
한데 이런 사정은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전 지구적 양상인지, 미국의 한 영화평론가(레베카 선 할리우드리포터 전 편집장)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독후감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를 기다리는 지금, 우리는 이미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너무 깊이 분열돼 있다. '오징어 게임'의 비유에 따르면 우리는 상호 파멸의 공모자가 될 수도 있고,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 새 시즌(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시작되면 그 결과를 곧 알게 될 것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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