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어긴 집회 '벌금형'.. 대법 "비례의원칙 어긋나"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2025.01.14 12:00
수정 : 2025.01.14 18:39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집회에만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인 A씨 등은 2021년 7월 강원 원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집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집회를 주최한 A씨에게 벌금 200만원,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한 행정명령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등 위헌·위법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원주시의 행정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공공복리인 감염병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주시의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집회는 '50인 이상 금지'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집회에 대해서만 4단계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조치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회가 다른 모임이나 행사와 달리 감염병 발생과 확산의 예방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3단계만으로는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부족하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객관적·합리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의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적절히 제한하거나 참여자 간 간격 유지, 구호 제창 금지, 취식 금지 등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은 채 원주시 전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한 조치는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