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하고 찾아온 ‘봄날’..손님들이 만들어준 식당

파이낸셜뉴스       2025.01.17 06:52   수정 : 2025.01.17 10: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 19가 끝날 무렵 청천벽력처럼 암 소식을 들었다. 유방암 3기로 항암 치료를 하면서 머리도 다 빠졌다. 현재는 수술에 성공해 추적 검사를 하고 있다.

1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도 받을 수 있다. 서울 역삼역 인근 계절 한정식집 '봄날'에서 만난 한송희 사장은 "코로나19 당시 매출도 줄고, 몸도 아팠지만 나를 다시 일으켜 준 것은 바로 봄날을 매번 찾아주시던 손님"이었다고 말했다. 식당의 한 룸에는 ' 무작정 봄을 기다리지마라 / 봄이 오지 않는다고 징징대지마라 / 바람부는 날이 봄날이다 / 웃는 날이 봄날이다'라는 나무 현판 시가 걸려 있었다. 손님이 준 선물이다.

1978년생인 한 사장은 땅끝 마을 해남 출신이다. 학창시절은 해남에서 보냈고 대학은 광주에서 비서행정학을 전공했다. 부모는 닭백숙, 약오리탕 등을 파는 식당을 했는데 지역 맛집으로 소문나 장사가 잘 됐다.

한 사장은 "부모님이 내가 어릴 적에는 하숙집을 하시다 이후 식당을 했는데 당시 돈으로 장사가 잘 될때는 하루 백만원 가까이 벌었다"고 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 무렵에 결혼을 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로 해남 지역에 첫 식당을 열었다. 당시 해남에서 항정살, 가부리살 같은 돼지 특수 부위가 인기를 끌었다. 유행을 따라 돼지부속 고기 전문점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광주에 있는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이틀 정도 손질하고, 요리하는 법 등을 속성으로 배웠다. "부모님에게 자연스럽게 배운게 식당 일이고, 음식을 좀 할 줄 알아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며 "한번 결정하면 큰 고민없이 바로 실행해 옮기는 편이다"고 했다. 이렇게 '왕십리 주먹구이' 가게로 첫 창업에 성공했다.

고깃집 운영과 동시에 한 사장은 동대문 보세 옷가게에서 도매로 물건을 떼다가 파는 옷가게도 열었다. 식당과 함께 6년 정도 옷가게 사업도 병행했는데 많이 벌 때는 부모님의 식당보다 더 돈을 벌었다.

왕십리 주먹구이 8년을 한 뒤 이름을 바꿔 '고깃집' 간판을 달고 또 10년간 식당을 운영했다. 이후 해남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 서울 선릉에 월세방을 구해 살다가 선릉역 인근에 '해남집'이라는 고깃집을 다시 열었다. 새벽 5시반에 출근해 밑반찬 7~10가지를 내고 점심과 저녁 장사를 따로 했다.

"해남에서 식당을 하는 어머니가 보낸 김치를 내고, 밑 반찬으로 양념게장, 간장게장을 내면서 점심 장사가 잘됐다"며 "해남의 신선한 식재료를 매일 매일 받아 장사했고, 신선도가 생명인 육사시미 등도 팔았다"고 말했다.

2년 정도 해남집을 운영하고 인근에 '봄날'이라는 식당을 새로 열었다. 선릉에서 3년 정도 했던 봄날을 2018년 지금의 역삼으로 옮겼다. 당시 역삼 식당 골목은 죽은 상권이라 저렴하게 가게를 얻을 수 있었다. 1년에 4번 계절에 따라 바뀌는 메뉴를 내며 해남, 목포, 여수, 완도 등에서 올라오는 제철 식재료를 제공했다.
세발낙지, 한우 육사시미, 흑산홍어, 자연산 굴과 참소라 등이 대표 메뉴다.

봄날에서 가장 비싼 코스 메뉴는 1인당 15만원인 '황회장님 요리'다. 한 사장은 "황 회장은 선릉에서 봄날을 시작할 때부터 인연이 닿은 단골 중의 단골 손님"이라며 "황 회장을 비롯해 회계법인 대표 등 봄날이 어려울 때 항상 찾아주신 단골 손님 비중이 약 70% 정도"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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