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와중 트럼프 “北 핵보유국” 발언..韓 안보 대응 우려 고조
파이낸셜뉴스
2025.01.21 17:00
수정 : 2025.01.21 17: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하자마자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언급하면서 전통적인 한미 혈맹관계에 기초한 우리의 '한반도 비핵화' 이슈의 향배가 주목된다. 그동안 트럼프 측근인사들로부터 간간이 '북 핵보유국' 발언이 나올 때마다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북미대화를 통한 핵 군축 협상이 현실화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유사한 발언이 나오면서 우리의 북핵 고차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양상이다.
북미 핵군축협상 우려 증폭..정부는 비핵화 정책 유지 확신
21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날 메시지들 중 우리나라에 가장 치명적인 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칭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이제 그는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며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비핵화 정책을 물리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 핵군축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이제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이로써 북미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빠르게 핵군축협상으로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과 핵군축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하거나, 아니면 이미 물밑접촉 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 정책은 유지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두고 “대북 관여로 북핵 대응을 해온 트럼프 1기 정부와 대선 때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며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도 NPT 공식용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공식용어는 ‘nuclear-weapon state’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nuclear power’를 비롯해 ‘nuclear state’, ‘nuclear posessor countries’, ‘de facto’를 붙인 용어 등은 비공식용어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nuclear power는 사실 핵무장이라는 의미라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완전한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라는 미 정계 분위기를 반영했을 뿐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미협상 빨라질 조짐..정상외교 공백, 한일협력으로 메우나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의중이 어떠하든, 문제는 우리 정부의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북미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일찌감치 ‘북핵 대응 로드맵’을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나선 상태이지만, 과연 대응이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홍 위원은 “애초 한국의 리더십이 살아있었다면 미국에서 이렇게까지 과감한 발언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정권교체기에 있는 정부로선 트럼프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도만 가능할 뿐,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협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본을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함께 북핵 위협을 받고 있고 리더십이 살아있는 상태라서다. 일본을 통해 미국에 한국의 입장을 전하고, 나아가 한미일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북미 핵군축협상은 일본도 좌시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일본을 통해 한미일이 북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토록 이끌어야 한다”며 “적어도 미국이 한일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독주하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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