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살인' 근거 부족"…본질 벗어나면 편견·낙인만 부른다
뉴시스
2025.02.14 05:30
수정 : 2025.02.14 05:30기사원문
"우울증 환자들 힘들어 해…음지로 숨을 수도" "우울증은 의욕 저하…공격성 연관 근거 부족"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7)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해 교사의 우울증 진단명에만 지나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자칫 환자들의 치료 기피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울증과 이번 사건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편견과 낙인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4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 환자 중에 장학사가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 이제 자기가 우울증인지 얘기를 안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 교수는 "우울증은 본인이 희망이 없고 절망적이고 에너지가 없고 이래서 자살을 많이 해도, 이렇게 타살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우울증이 동반돼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성격 문제나 진단명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교 교수도 "기본적으로 우울증 자체는 의욕이 저하되고 부정적이 되는 것이라 공격성과 연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우울증 환자와 살인 사건을 연관시키는 건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우울증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너무 끔찍한 사고다보니 사람들이 원인을 찾게되는데, 앞에 드러나는 몇 가지 요인에 집중하게 되는 현상"이라며 "동기가 이해가 안 되니까 미치지 않고서는 저럴 수 없다,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더라 이렇게 연결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울증에 편견과 낙인이 강화될 경우 환자들이 음지로 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울증 진료 환자는 100만744명에 달한다. 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하면 교육기관 종사자 중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23년 한 해에 18만2298명에 달한다.
기 교수는 "진단명과 범죄 사실을 관련 지어 버리면 많은 환자들이 자기 병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해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한다"며 "그러면 음지로 다 숨어들고 치료도 안 받아 사회적 문제는 더 커진다"고 했다.
서미경 경상국립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울증 인구는 굉장히 많은데 그 증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개인의 문제"라며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특성을 다 빼버리고 우울증 얘기만 하면 지금 버티고 있는 그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노력을 다 허사로 만들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본질에 주목해 학교 내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 교수는 "중요한 건 병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우울증 환자 등 정신질환자의 업무 복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관련한 의료 수가도 있다. 또 정신건강 전문의를 '지정의'로 두고 임시 공무원의 직위를 부여해 신분과 권한을 보장한다.
백 교수는 "업무를 할 수 있을 만큼 기능을 회복했는지, 새로운 스트레스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지 등 여러 각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과거에는 정신건강 문제를 가정에서 알아서 했지만, 핵가족 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안 되다 보니 방치되는 사람이 늘고 사고도 생긴다"며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사회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 교수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윈스턴 처칠도 심한 우울증 환자였지만 커다란 업적을 냈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용기를 내 치료를 잘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얻으면서 사회에 잘 적응하고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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