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 챙기는 금융권 문화...온정주의, 사고로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2025.02.24 05:59
수정 : 2025.02.24 05:59기사원문
세차부터 꽃배달까지
각종 부수사업 밀어주는 문화
"30년 함께한 선배 밥벌이"
"단칼에 끊기 어렵죠"
[파이낸셜뉴스] #. "30년 넘게 함께 일한 선배이자 동료이고, 퇴직하면 내 모습일텐데 단칼에 끊어내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면서 "일부 선배들은 거래처 영업담당자로 가거나 브로커처럼 대출을 끌어오는 일을 하는데 아무리 원리원칙대로 한다지만 30년 지기가 봐달라는데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온정주의 문화를 잇따라 불거진 금융권 횡령·배임·부당대출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금융회사 내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로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직 직원 4180명이 속한 KB국민은행동우회가 자본금 12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국민티에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국민은행이 국민티에스에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수의계약을 통해 넘겨준 사업 규모가 236억4500만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최초 계약시 경쟁입찰을 추진했으나 국민티에스를 제외하고는 입찰 참가업체가 없어 재공고 입찰 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고, 이후 매년 수의계약 형태로 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청원경찰 업무나 콜센터 시설관리 미화 용역, 임원 차량 세차서비스 용역 같은 사업에 국민은행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업체가 입찰 참여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불성설"이라며 "하나은행동우회가 설립한 회사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과연 국민은행이 그 사업을 줕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국민티에스의 한명규 대표는 국민은행 강남·서초지역본부장 출신이다. 국민티에스는 2020년부터 매년 30억원 규모의 은행 후선지원업무 용역계약을 수주하고 있다. 2021년부터 연간 약 15억원 수준인 대전콜센터의 시설관리와 미화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본부부서 업무용 차량의 세차서비스 용역을 2년간(4억6100만원 규모) 맡았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합병 전 하나은행행우회, 합병 후 함께하게 된 한국외환은행행우회가 있다. 하나은행행우회는 두레시닝의 지분 95.1%를 소유하고 있다. 외환은행행우회는 외향산업과 환은모기지서비스의 지분 전부를 들고 있다.
두레시닝의 매출은 최근 5년 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398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22년 521억원, 2023년 678억원으로 커졌다. 매출의 대부분은 하나은행에서 나왔다. 2019년 기준 두레시닝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올린 매출은 290억원, 2022년 326억원, 2023년 444억원으로 불어났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65.5%가 하나은행에서 나온 셈이다. 외향산업의 매출은 2023년 195억원이며, 이 가운데 93억원이 하나은행에서 나왔다. 2019~2023년 두레시닝이 하나은행과 맺은 수의계약은 48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환은모기지서비스가 올린 매출은 239억9100만원으로 모두 하나은행으로부터 벌어들였다. 총직원 3명인 환은모기지서비스의 대표는 김기철이다. 김기철 대표는 하나은행과 통합 당시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의계약뿐만 아니라 경쟁입찰 과정에서도 행우회에 대한 혜택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며 "시중은행 역시 매각 및 자회사 편입으로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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