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피해 부를 현대제철 노조 극한투쟁
파이낸셜뉴스
2025.02.26 18:11
수정 : 2025.02.26 18:11기사원문
과한 성과급 요구에 사측 직장폐쇄
회사는 中 저가공세, 美 관세로 고통
안타깝고 기가 찬다.
현대제철 노조는 막무가내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본급 450%+1000만원' 성과급 지급안을 내동댕이치고 현대차급의 성과급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1인당 40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한 현대차와 대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거부하자 노조는 게릴라식 파업을 벌여 충남 당진 냉연공장을 멈춰 세웠다. 전국 사업장 곳곳에서 조업중단에 이르는 파업도 불사했다. 피해가 막심하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측은 24일 저녁엔 후공정에 해당하는 냉연강판 생산라인 근로자들에겐 노무 수령 거부를 통보했다. 노무 수령 거부는 쟁의행위를 하는 노조에 사용자가 근로를 제공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행위다. 사측의 강공에 노조는 한술 더 떠 3월 초·중순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철강업이 직면한 초유의 대내외 위기를 노조는 헤아려봐야 한다. 중국의 저가 철강재는 지금 국내 안방을 초토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나 급감한 이유다. 2022년 이익과 비교하면 20% 수준이다.
사측은 앞서 제시한 직원 성과급 비용을 추가로 회계에 반영하면 지난해 영업이익 절반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려고 지난해 경북 포항 제2공장 가동까지 중단했다. 회사가 이렇듯 쪼그라들고 있는데 철밥통 노조원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서 될 일인가.
설상가상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까지 회사 숨통을 겨누고 있다. 한국산 철강재에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경에 놓인 회사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고육책으로 회사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립을 검토 중이다.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고 결국 피해는 국내 근로자의 몫이 될 것이다.
강성 노조의 극한투쟁이 국내 산업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말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침체에 대한 책임에서 대립과 파행의 노사문화 탓을 뺄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를 물리치고 기업 리쇼어링의 발목을 잡았다. 노조가 무서워 국내에 공장을 짓지 못하겠다는 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그간 구조조정도 못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지 못한 결과가 1%대 성장률"이라고 했는데 곱씹어봐야 할 말이다. 정규직 귀족노조가 주도하는 노동시장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개혁이 이어져야 한다.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니다. 힘을 합쳐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는 현대제철 사장의 담화문도 새겨들을 내용이다. 극한대립으론 노사 둘 다 얻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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