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떨어진 곳까지 쩌렁쩌렁… 극렬집회로 고통받는 시민들
파이낸셜뉴스
2025.03.05 18:09
수정 : 2025.03.05 18:09기사원문
계엄 이후 조용할 날 없는 광화문
버스·지하철 무정차 통과 다반사
유튜버 생중계 하느라 통행 방해
인근 상인들 매출 하락은 물론
'소음 지옥' 피로감 한계치 수준
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광화문역 일대 시민들은 매주 열리는 대규모 집회로 인해 교통과 소음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진보 성향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광화문 인근에서 거의 매주 탄핵 찬반 집회를 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에는 주말마다 경쟁적으로 집회를 진행한다.
집회에서 들려오는 소음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외 여론전에 돌입한 이들은 각종 음향기기를 설치해 놓고 자신들의 주장을 큰 소리로 울려 퍼지게 한다.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500m가량 떨어진 식당가에서 연사들의 발언 내용이 또렷이 들릴 정도였다. 근처 카페에서 나오던 한 50대 여성은 "시위하는 사람들 마음을 모르진 않는다"면서도 "너무 시끄러워서 친구랑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장소를 옮기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상인들도 집회가 과열되며 피해가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집회로 사람이 몰려도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상인도 있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근처 골목에 식당이 많은데 주말마다 집회 소리가 울려서 아주 어지럽다"며 "집회하면 장사가 잘될 것 같지만, 대부분 라면이나 김밥으로 때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단골이 아닌 시민들은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은데 집회하는 날은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역시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거나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만 이용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게 안에서도 집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음악을 트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집회 현장을 촬영하는 유튜버들이 몰리며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 인파가 몰려 통행이 어려운 가운데 유튜버들이 생중계를 위해 시민을 밀거나 충돌할 뻔한 상황도 다수 벌어졌다. 집회 현장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참가자들이 통행에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속도를 맞춰 걸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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