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반목의 정치에서 벗어날 때
파이낸셜뉴스
2025.03.06 18:23
수정 : 2025.03.06 18:23기사원문
최근 사석에서 한 여당 초선의원이 한 말이다. 이 의원은 특정 전문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과 내공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분야에서 활약을 해도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살벌하고 냉엄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정치는 증오의 조직화'라는 말이 있다.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발언을 해도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내뱉은 언어가 증오의 조직화를 이루지 못해서다. 여권의 이재명 때리기와 헌법재판소 공략은 반(反)이재명 세력과 강성 보수층의 분노를 규합하는 데 효율적이다. 이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각자 강성 지지층이 분출하고 있는 들끓는 분노에 편승해 주목을 받는 것은 비교적 쉽다. 나치 정권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는 "선동은 단 한 줄이면 충분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만 장의 문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선동정치'가 주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정치인들의 폭력적 언어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거치며 극단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지난 1일 탄핵반대 집회에서 "(공수처·선관위·헌재를)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했다. 하지만 서부지법 난동을 겪은 상황에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헌법적 독립기관인 국회의원이 할 말은 아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두둔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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