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실무협의체 가동… 조선·알래스카 협력 논의

파이낸셜뉴스       2025.03.09 18:41   수정 : 2025.03.09 18:41기사원문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이번주 美 통상 당국과 직접 만나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논의 예정

통상 당국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실무협의체를 본격 가동한다. 실무급 소통을 개시한 상황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만날 예정이다.

■통상당국, 한미 실무협의체 가동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실무협의체를 통해 이번 주 초 본격적으로 미국 정부와 협의에 나선다.

앞서 지난달 26~28일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정부와 조선, 에너지, 알래스카, 관세, 비관세를 논의할 수 있는 5개 분야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미 실무협의체를 꾸리기로 하자마자 발 빠르게 협의체를 가동한 셈이다.

정 본부장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 미국 통상 당국과 직접 만난다. 정 본부장은 이번 방미에서 실무협의체 관련 논의뿐 아니라 미국 측이 가진 한국에 대한 오해 해소에도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12일 발효 예정인 철강·알루미늄 관세, 4월 2일 공개 예정인 상호 관세 등도 이번 방미 일정 중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수많은 국가가 우리가 부과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중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의 2배, 한국의 평균 관세는 4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양국 간 관세는 철폐된 상황이라며, 미국 측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안 장관도 방미 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방미 중 한국이 중국 수출의 우회 루트가 아니고 바이든 행정부 이후 한국의 외국 투자 첫 목적지가 미국이 된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했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 경제에 가진 인상과 지금의 경제, 산업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설명했고, 지금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 카드는 조선·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을 지나치게 높게 바라본 것은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까지도 관세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당국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규제, 의약품 가격 정책, 정부 조달, 농산물 등 분야에서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상호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것으로 유력한 비관세 장벽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가 총괄을 맡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며 산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미국 측에 설명할 자료를 만드는 등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는 한미 조선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등이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방위사업청을 통해 국내 조선사에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를 제안했으며, 연간 10여 척의 군함 정비를 한국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와 여러 석유·가스 업체들이 수차례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사업이다.
초기 건설 비용만 440억 달러(약 64조 원)가 필요한 초대형 사업이라는 점이 주요 걸림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막대한 투자금을 한국과 일본이 대부분 부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참여 없이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에서 관세 카드와 맞춰볼 수 있다는 얘기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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