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투자'가 가른 쿠팡과 홈플러스의 운명...10년만에 유통판 완전히 뒤집혔다

파이낸셜뉴스       2025.03.10 11:07   수정 : 2025.03.10 11: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업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인 2015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진 유통 시장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5년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2년간 1조 투자를 약속했고, 당시 쿠팡 김범석 창업자도 로켓배송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새로운 출발대에 섰던 두 유통 기업은 10년이 지난 현 시점 한 기업은 경영 실패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고, 또 한 기업은 압도적인 차이로 업계 1위에 올랐다.

■1조 투자 약속 대신 점포 매각에 몰두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가능한 도전'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쿠팡이 최대 연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하는 반편, 새 주인을 맞은 홈플러스는 10년만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쿠팡의 2015년 매출은 당시 홈플러스 연매출(8조5682억원)의 13% 수준인 1조113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고속 성장해 지난해 매출 40조원대를 넘었고 2년 연속 영업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한 이후 연 매출 6조원대에 머물며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홈플러스가 한때 유통 후발주자였던 쿠팡에 역전당한 이유는 투자 약속을 저버리고 '부동산 매각'에 올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 투자를 발표한 이듬해인 2016년, 가좌점·김포점 등 5개 점포를 매각하고 재임차해 경영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알짜 점포인 대전탄방점(908억원), 대구점(1279억원), 대전둔산점(3802억원), 부산 가야점(3500억원) 등을 매각하고 김해점·부산가야점 등 지방과 수도권 일대 중심으로 철수했다. 현재까지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대금은 4조원에 이른다. 한때 140개 점포는 현재 126개로 줄었고 앞으로 10개 점포가 추가 폐쇄 예정이다. 인수 당시 약속했던 2년간 1조 투자 약속은 유·무형자산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영업 손실에도 투자 이어간 쿠팡 '압승'

반면, 쿠팡은 물류 투자 확대로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970억원 등 해가 갈수록 가중되는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세콰이어 캐피탈·블랙록·소프트뱅크 등에서 34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며 투자를 이어갔다. 결국 2015~2022년 7년 동안 6조원이 넘는 누적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자동화 첨단시설 등을 갖춘 물류센터를 건립했고 창립 11년 만에 뉴욕증시(NYSE)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전국 260개 시군구 가운데 182곳에 로켓배송을 하고 있고, 오는 2027년부터 230여개(약 5000만명)로 배송 범위가 전국 곳곳에 확대된다.

쿠팡이 6조 누적 영업적자를 쌓은 2015~2022년 홈플러스는 오히려 9102억원의 누적 영업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 기간 홈플러스가 신규 투자한 점포는 파주운정점(2016년)에 불과했다.
당초 약속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 대신 자산매각에만 속도를 낸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6조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물류망에 투자한 이후 2023년부터 영업흑자 기조에 돌아섰음에도 추가 3조 물류 투자를 진행하는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라며 "유통기업의 본질은 '수익 추구'가 아닌 '고객 가치'에서 나온다는 근본적인 경영 철학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5~2018년만 해도 쿠팡의 매출은 1~4조원대로 홈플러스보다 작았지만, 10년간의 고객 투자 결과가 격차를 만들었다"며 "'MBK가 쿠팡처럼 홈플러스 인수 이후 신규 출점이나 온라인 투자 등을 확대했다면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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