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담판에 ‘삼위일체형 SM-3’ 활용 카드는?

파이낸셜뉴스       2025.03.12 06:00   수정 : 2025.03.12 06:17기사원문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신냉전 과도기 국제질서 ‘경제’와 ‘안보’ 더 밀착 융합 기제 조성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거래 담판 아이템 전략적 카드 'SM-3' 주목  
-北 탄도미사일 고도화에 韓 10년 전 검토‥2024년 SM-3 도입 결정  
-韓 방추위서 요격 고도 150-500km의 구버전 블록 I 확보 추진 중 
-그사이 SM-3 블록 IIA은 요격고도 1500km 신장…ICBM 요격 성공  
-SM-3를 군사적 시각 등 넘어 고도의 전략적 카드로 설계 추진 필요 
-미국산 무기 구매 확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압박 상쇄 메시지 
-북핵·미사일에 한·미·일 연합작전 역량 체계화로 핵억제력 상승효과 
-SM-3는 경제·핵안보·한미동맹을 챙기는 삼위일체의 카드로 잠재력 
-수량 확대…1단계 SM-3 Block I 도입, 2단계 Block IIA 추가 도입 고려  
-북핵에 대한 한반도 핵안보능력 제고와 인-태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 
-자강과 동맹국 재인식, 한미일 연합작전능력 시너지 창출 가능한 카드  

[파이낸셜뉴스]



신(新)냉전 기제가 심화하는 과도기 국제질서에서 더 이상 ‘경제’와 ‘안보’의 경계벽은 가동되지 않는다. 경제안보 개념이 정책화된 것은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가 더 밀착되는 구도에 있다.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역전쟁, 관세전쟁,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 미-우크라이나 광물협정 추진, 그린란드 매입 의사, 파마나운하 재통제 추진 등을 추진하면서 경제, 국제정치, 안보 등 제 요소가 융합되는 기제가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대개조 수준으로 달라진 트럼프판 대외공식을 간파하지 못하면 국익과 안보 달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거래 담판시 다양한 요소를 고강도로 융합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여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략 중 ‘SM-3’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M-3는 해상플랫폼에 탑재하여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SM-3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 탑재하여 운용 중이다. 미사일도 지속 개량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최신형 SM-3 Block IIA는 2019년에 이미 ICBM 요격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2022년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2발의 SM-3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 성공했는데 이는 미국 함정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SM-3 요격시험에 나선 사례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도 SM-3 확보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예산·조직이기주의 등의 문제로 번번이 좌초되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24년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통해 SM-3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한편 2025년 2월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조건부 타당’ 결과가 나온 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SM-3 도입이 지체되는 사이 그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였다. 고도 150-500km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Block I과 달리 SM-3 Block IIA는 1500km 고도까지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신장되었다. 이로써 33km 이하 고도는 SM-6로 대응하고, 그 이상에서는 SM-3 Block IIA로 대응한다는 작전구상이 현실화되게 되었다. 한편 현재 한국은 구버전인 SM-3 Block I 확보를 추진 중이다.

국제안보환경, 한국이 직면한 위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하면 SM-3를 단지 해외 무기체계 구매라는 전술적·작전적·군사적 시각을 넘어서 고도의 지략이자 카드로 전략적으로 설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SM-3는 경제안보, 핵안보, 한미동맹을 챙길 수 있는 삼위일체의 카드로서 활용가능한 전략적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 무역수지 균형화 압박에 대응하는 카드 중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린다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압박을 상쇄하는 카드로서 효과가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SM-3의 수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 카드를 사용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한국이 필요한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함으로써 관세협상 등에서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일석이조다.

둘째, SM-3는 핵안보 역량을 제고시키는 측면에서 군사적 효과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고각 발사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라는 효과성뿐 아니라 대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일 연합작전 역량을 체계화시켜 핵 억제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일의 이지스함이 탐지-추적-요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전을 유기적으로 체계화하고 그 역할 분담을 최적화한다면 북한에게는 핵무기 공격으로 인한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인식을 강요하여 억제력을 제고할 수 있다. 한국 이지스함에도 SM-3를 탑재함으로써 3국의 상호운용성이 높아진다면 핵안보 능력 제고로 이어져 한반도 안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공격은 그 대상이 한국이든 아니면 일본이든 아니면 미국이든 간에 모두 심대한 안보 위협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아닌 경우에는 그 위협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은 절대무기인 핵무기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3국이 각국별 책임 해상작전구역을 지정한 후 SM-3를 탑재하여 이지스함을 최적의 조합으로 배치·운용한다면 핵안보 제고 차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SM-3 전력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차원에서도 유효한 카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방어의 완전성을 제고하고자 ‘골든돔’이라는 이름으로 미사일 방어 능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SM-3를 단지 한국 방어를 넘어 미국 보호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공한다면 한미동맹을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수 있다. 특히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증액, 전략자산 무기 배치 등 사용가능한 카드를 상쇄하는 선제적 카드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시 방위비 추가 제공 대신 한국의 국방비를 좀 더 올리는 방식으로 풀어나가 돼 증액된 국방비 중 일부를 SM-3 추가 구매로 전략적 승수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을 대칭동맹으로 더욱 진화시킬뿐 아니라 한국을 패싱하는 미북 스몰딜 가능성을 차단하는데도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삼위일체형 SM-3 카드 발휘를 위해서는 SM-3 전력화 수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전력화 1단계에서는 SM-3 Block I 도입을 추진하고, 2단계에서는 SM-Block IIA를 추가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이 미국 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가시화하는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SM-3는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자강’ 능력을 신장시킬뿐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이 귀중한 동맹국임을 인식시키는 단초로도 작용 가능하고, 나아가 한미일 연합작전능력 시너지도 창출해줌으로써 핵안보, 동맹, 지역 안보연대를 제고시켜준다는 점에서 전략적 자산화가 가능한 카드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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