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부족에 교사·학생도 고심… 학원가는 수강 컨설팅 ‘반색’

파이낸셜뉴스       2025.03.11 18:08   수정 : 2025.03.11 21:15기사원문
전국 고교 10곳 중 2곳만 설명회
내신평가 기존 9등급→5등급제로
변별력 낮아지며 비교과 평가 중요
"1~3학년 커리큘럼 일관성 있어야"
사교육업계 年단위 프로그램 등장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고교학점제'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고1은 '2028 대입 개편'의 첫 적용 대상이기도 하다. 대학 입학까지 두 번의 격변을 겪어야 하는 만큼 조언을 주고 받는 양측 모두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상태다.

시행 첫해 미비점이 드러나는 것과 비례해 사교육업계의 '컨설팅' 시장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학 기간 동안 고교학점제 설명회를 연 학교는 전체 2261곳 가운데 466곳(2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각각 수강신청을 해 졸업 요건을 채우는 대학교와 유사한 형태다.

내신 평가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간소화됐다. 모든 과목에서 절대평가로 A~E등급을 부여하는 동시에 상대평가 등급(1~5등급)을 함께 기재하는 방식이다. 학생 대다수에게 상위 등급을 주려는 '성적 부풀리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1등급 비율이 기존 상위 누적 4%에서 10%로 늘어나는 데다 학생이 직접 강의를 선택하는 만큼 입시에서의 경쟁 강도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현직 교사들이 직접 진로 상담에 응답하고 시간표를 미리 짜볼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반면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이 받는 압박감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1등급 누적 비율이 넓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2등급의 누적 백분위도 내려가며 사실상 '등급 가치'가 하락했다는 우려가 크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주요과목 모두 1등급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1등급을 받은 이후에도 입시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수시 모집에서 내신 평가의 변별력이 낮아진 만큼 오히려 생활기록부의 비교과 평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과적으로 학생의 적성에 따라 설계돼야 할 커리큘럼이 오히려 입시 전략에 맞춰지고 있다. 학생이 수강을 희망하더라도 수강 인원이 적거나 상위권 학생이 몰린다면 수능과 마찬가지로 '기피 과목'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사교육 업계는 "비교과 설계를 위해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커리큘럼에 일관된 방향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이 지원자들에게 요구하는 과목 역시 일정 부분 정해진 상태다. 예를 들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경우 물리학Ⅱ와 미적분 과목을 핵심 권장과목으로, 확률과 통계·기하를 권장과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학과 달리 재수강·유급이 흔치 않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는 고교학점제 본취지에 맞게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할 여유가 적다는 의미다.

오히려 학원가에서는 학교보다 빠르게 진로·적성 컨설팅 프로그램을 학기 시작 전부터 운영 중이다.
기존 학생부 컨설팅보다 장기간의 수강 신청 커리큘럼을 상담하는 만큼 가격도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1~2개월 집중적으로 컨설팅을 받는 데 50만~100만원 수준이었던 수강료는 학기·연 단위로 기간이 늘어나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득점자 기피 현상으로 왜곡이 생기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내신 산출방식이 비율제로 유지되는 동안 학령인구가 줄면서 경쟁은 더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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