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만드는 혼란

파이낸셜뉴스       2025.03.18 17:59   수정 : 2025.03.18 19:07기사원문



트럼프 정부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의 뿌리에는 쌍둥이 적자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2025년 2월 말 기준 누적 36조2000억달러의 국가부채를 지고 있다. 2024년 2월 기준 무역적자는 9184억달러로 사상 최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미국이 파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재정적자가 심하다. 세계적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현 국가부채를 3% 밑으로 낮추지 않으면 미국 경제의 몰락이 심장마비처럼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MAGA 정책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줄이기가 본질이다.

재정적자를 개선하려면 국가부채를 줄여야 한다. 이게 쉽지 않다. 고민 끝에, 상대적으로 쉬운 금리 손보기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 누적액에 대해 연평균 3.28%인 약 1조1900억달러의 이자를 매년 지불해야 한다. 무역적자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금리 낮추기를 우선순위에 둔 이유다. 저금리가 되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자극해 내수를 부양하는 효과도 있다. 다음은 무역적자다. 이것을 상쇄하려는 정책이 관세다. 무역흑자국에 일종의 조공세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두 정책이 충돌하며 빚어지는 혼란이다.

금리 내리기에 동원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국채 발행을 줄이고 1년 미만 단기부채를 늘리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10년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것의 시장가격(금리)이 모기지(집담보대출)를 포함한 일상 금리의 잣대가 돼서다. 10년물 발행을 줄이면 이 국채가 희소해져 낮은 이자로도 국채 판매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미국 은행들이 10년물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미국은 보완적 레버리지(SLR) 규제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국채 소비처 중 하나인 시중은행이 무한정 대출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이상의 자산보유를 강제하는 제도다. 이때 주 보유자산이 10년물 이상 장기국채다. SLR 규제를 낮춰주면 시중은행들이 장기국채를 더 많이 살 수 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이자를 낮춰 발행해도 국채 판매가 가능하다. 단기국채를 발행한 돈으로 장기국채를 사들일 수도 있다. 시중에 풀린 장기국채를 되사면 장기국채 가격이 비싸져 시장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정부는 유가를 내려 금리를 낮추려 하고 있다. 장거리 운전이 필수인 미국에서 유가는 민감한 물가요소다. 트럼프 정부는 유전개발에 총력을 쏟아 석유와 가스 공급량을 늘려 저유가를 유도하고 있다. 유가를 물가하락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준에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관세는 수출국에 세금을 때리면 된다.

문제는 금리와 관세정책 간의 충돌이다. 관세는 수출국이 지불하는 비용처럼 보이지만 실은 미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관세는 물가를 밀어올리고, 물가가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정책과 관세정책이 역방향이라는 의미다. 높은 주가로 하방압력을 받던 미국 주식이 10% 폭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말이 촉매가 되었다. 주식시장은 관세로 인한 물가 부작용(이로 인한 금리인상)에 민감해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고, 시장은 추락했다. 금리와 관세정책의 충돌이 빚어낸 현상이다.

앞으로 금리와 관세정책으로 인한 혼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월 2일 이후 부과될 상호관세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관세전쟁을 격렬하게 촉발, 미국의 물가와 금리를 더 크게 흔들 것이다.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가 증폭될 것이다.
이런 혼란이 줄어들려면 관세로 인한 미국 경기 하강 징후가 명확해져야 한다. 이때쯤 돼야 트럼프는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 연준도 물가보다 경기방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금리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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