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 깎아서 팔면 다행"…강남·용산 '토허제' 날벼락에 '분통'
뉴시스
2025.03.20 13:25
수정 : 2025.03.20 13:25기사원문
'잠·삼·대·청' 중개업소 문의 쇄도 "5000만원 깎아줘 가까스로 계약" "1~1.5억 호가 낮춰"…매수자가 '갑' 갈아타기 수요자 선매수했다 '난감'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배우자 반대에도 하루 일찍 계약금을 넣었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매수자도 있어요. 유예기간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정책을 갑자기 바꾸면 일선 현장은 혼란스러워요."
해제됐던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이 35일 만에 강남3구와 용산구로 확대 지정된 뒤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작정이라도 한 듯 하소연을 쏟아냈다. 별안간 날벼락을 맞은 공인중개사와 집주인들은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직원 3명이서 전화통을 붙들고 상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다른 부동산에선 장바구니를 든 주민이 불쑥 들어와 "24억3000만원까진 안 따라올까"라며 급매로 내놓은 매물 상황을 묻고 가기도 했다.
잠실동 A 중개업소는 "토허제 재지정으로 계약이 취소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계약된 경우도 있다"며 "집주인이 25평 매물을 24억5000만원으로 고집하다가 토허제 해제로 매수자가 계약을 안 하려 하자 어젯밤에 5000만원을 깎아서 극적으로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엊그제까진 매도자가 갑이었는데, 이젠 매수자가 갑이고 매도자는 을"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은 지난달 토허제 해제로 수혜를 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대표격이었다.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억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트리지움 전용 149.45㎡도 직전 거래보다 1억5000만원 오른 38억원에 팔렸다.
하지만 전날(19일) 정부가 기존 해제 지역뿐 아니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지정 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605.24㎢)의 27%인 163.96㎢로, 종전의 3배 수준이다.
재지정 이전 2~3억원씩 오르던 호가도 이제는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이상 낮추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의 설명이다. 토허제가 적용되는 오는 24일 전까지 계약해야 전세를 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도인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잠실동 B 중개업소는 "전세를 안고 갈아타기를 하려던 집주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25평 집주인이 전세를 안고 33평을 27억원에 선매수했다가 살던 집을 팔 수가 없어 난리"라고 전했다.
이 중개업소는 "토허제 해제로 분위기가 좋았다가 뒤죽박죽이 됐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한 달 사이에 집값이 3~4억원이 올라갔다가 이젠 그만큼 내려가게 생겼으니 기절초풍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토허제로 신규 지정된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밀집 지역도 뒤숭숭한 기색이다. 이 지역 대장아파트인 LG한강자이 전용 171㎡는 지난 5일 42억원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찍은 바 있다.
이촌동의 C 중개업소는 "갑자기 용산 전 지역을 토허제로 지정할 줄 누가 알았겠냐"며 "강남이 10억 오를 때 용산은 2~3억 오른 새 발의 피인데 핀셋 규제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하느냐"고 분개했다.
오는 9월30일까지 6개월로 정해진 토허제 지정 기간을 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반응이다. 한 중개업소는 "매도자도 매수자도 6개월 뒤에 전세를 끼고 사고팔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으니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한 달 만에 엄청난 정책을 바꾸느냐" "오세훈은 서울시 행정을 자기 마음대로 하느냐" 등 토허제 대상지역 집주인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도 토허제 재지정이 '악수'(惡手)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한강벨트 등으로 갭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지 한 달 만에 다시 지역을 확대해 재지정된 것은 정책 신뢰도를 훼손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7월 예정된 DSR 3단계 규제 강화, 금리 인하 여부,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리며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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