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이라"…딥페이크 성범죄, 법정 가도 집행유예·벌금 절반 넘어
뉴시스
2025.04.02 13:49
수정 : 2025.04.02 13:49기사원문
여성정책연구원, 딥페이크 성범죄 판결문 분석 연구 피해자 98.7%는 여성…재판받은 가해자 15%는 소년 지인 대상 범죄 40%로 가장 많아…SNS서 사진 수집 집행유예 최다…"제대로 된 처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지만, 정작 재판에 넘겨져도 절반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다는 집계가 나왔다.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연구 2025년 1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논문을 게재했다.
지난 2019년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을 통해 딥페이크 성 착취물 범죄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학교와 초중고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주변 지인 등을 성적 콘텐츠과 합성하는 사건이 대대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사회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엄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연구원이 2020년 6월 25일부터 2024년 10월 15일까지 전국 법원 1심 판결문 152건을 검토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17%가 집행유예 선고로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의 성별은 전체 판결문 152건 중 150건(98.7%)이 여성이었다. 남성 피해자는 단 2건이었다.
가해자는 총 159명이었다. 가해자 성별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이 중 소년은 24명(15.09%)이었다.
단수의 가해자가 확인된 건은 147건, 복수의 가해자가 확인된 건은 5건이었다. 복수의 가해자란 역할을 나누어 범행을 저지르는 방식으로, 합성물을 만들어 게시·판매하거나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공모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연예인(유명인, BJ), 친밀한 관계(전 애인, 애인), 동창, 가족 등이었다. 한 명의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벌인 사례가 많았다.
지인을 대상으로 한 가해자는 64명(40.25%)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전 애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 피해자도 11명(6.92%)에 달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가해자는 41명(25.78%)이었고, 아동·청소년 연예인을 포함한 경우는 9명(5.66%)이었다.
피해자의 이미지는 SNS와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수집한 경우가 22명(13.84%)이었고, SNS 친구 추천 기능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정보를 활용한 사례, 불법촬영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체를 조작하거나 모욕적인 문구,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형태로 합성물을 제작했다. 피해자가 연예인인 경우에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유포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되거나 협박 용도로 활용됐다.
전체 가해자 중 88.68%(141명)가 성폭력처벌법을 적용받았다. 44.65%(71명)는 청소년성보호법, 35.22%(56명)은 정보통신망법, 4.40%(7명)은 아동복지법, 3.14%(5명)은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됐다.
가해자의 형량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경우가 75명(47.17%)으로 가장 많았다. 양형 사유는 75명 중 69명에게 '초범', '동종전과가 없고 벌금형이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이 고려됐다.
연구자는 "텔레그램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2022개의 성적인 영상물을 제작해 판매한 가해자 등 심각성 정도가 상당한 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가해자는 수사단계에서 범행을 시인하고 협조했으며 초범인 점이 참작됐는데, 피해자 요인보다는 진지한 반성, 전과 여부 등 범죄자 요인이 성범죄 집행유예 양형에 유의미한 인자로 나타나고 있는 결과와 유사하다"고 했다.
실형을 선고 받은 경우는 68명(42.77%)이었다. 형량은 최소 6개월부터 최대 12년까지 분포가 다양했다. 벌금형은 11명(6.92%)으로 300만원~1000만원이었다.
무죄나 선고 유예도 5명(3.14%)이었고, 형량 이외 처분으로는 사회봉사 36명(22.64%), 성폭력 치료 강의 114명(71.70%),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9명(18.24%), 취업제한 92명(57.85%), 보호관찰 18명(11.43%)이었다.
연구자는 "전체 가해자 중 18.24%는 텔레그램 운영자 또는 부관리자로 여러 그룹방을 운영해 범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며 "이는 기존의 법적 대응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디지털 조직범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등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가해자 외에도 '성명불상'으로 기록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있었는데, 이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범죄의 규모가 더욱 크고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들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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