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덕수 탄핵 딜레마..“대선 출마 도울 일 있나”
파이낸셜뉴스
2025.04.24 06:00
수정 : 2025.04.24 06:00기사원문
탄핵사유도 정해놓고 망설이는 민주
진성준 공개제안에도 당내 신중론 여전
망설이는 이유는 韓대행 대선출마 확신
탄핵시 사퇴·출마 명분만 내준다는 것
김동연 "탄핵은 오히려 더 키워주는 일"
탄핵사유 트럼프 관세협상 '월권'도 모호
산업장관 '유예 설득' 방침 확인했기 때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탄핵소추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차기정부의 발목을 잡을 불가역적 합의를 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는 반면, 섣불리 탄핵하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서다.
그를 보는 민주당의 심경은 복잡하다. 한덕수 대망론에 대한 입장을 촉구하며 권한 남용 비판을 제기해왔지만 정작 탄핵소추와 같은 직접적인 견제는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지난 주 17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올릴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협상 추진을 월권으로 규정하는 탄핵소추 사유도 마련했지만 결국 추진하진 못한 것이다.
그 후에도 한 대행 탄핵 논의는 내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며 “당과 국회가 결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공개제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진 의장의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정책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정책위 차원에서 논의된 게 아닌 진 의장 개인 소신”이라고 했고, 당 관계자는 “한 대행의 월권행위에 대해 경고하는 취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한 대행 탄핵소추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선 출마만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출마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신 인터뷰에서 구태여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한 이후, 민주당도 한 대행 출마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한 대행에게 출마 적기를 마련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먼저 탄핵안이 통과되면 직무가 정지돼 사퇴를 할 수 없기에 자진사퇴할 명분을 세워주고, 거대정당의 연이은 탄핵으로 탄압받는 상황에 맞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서사도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두고 간을 보고 있는데 탄핵으로 쫓겨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며 “한 대행이 그것을 대선 출마에 이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도 전날 SBS라디오에서 “굳이 지금 한 대행을 탄핵해서 오히려 더 선거에 나오도록 더 키워주는 일을 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탄핵 사유 중 하나인 트럼프 관세협상 추진을 월권으로 치부하는 것도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한미 재무·통상장관 2+2 통상협의를 앞두고 지난 21일 국회를 찾았을 때 본격적인 협상은 미룬다는 민주당의 요구와 같은 방침을 확인해서다. 특히 민주당이 한 대행의 지침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안 장관이 “없다”고 답한 터라, 한 대행의 월권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기가 어려워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21일 안 장관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장관이 자동차·철강 품목관세 유예를 설득해보겠다고 하고, 관세전쟁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이니 우리가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었다”며 “미 측 의도가 무언지 파악해오면 차기정부가 대응하기가 쉬울 것이라는 입장이 안 장관은 확실했다”고 전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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