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재부 분리’ 추진에..기재위원장 “정치적 남용 위험”
파이낸셜뉴스
2025.04.28 17:57
수정 : 2025.04.28 17:57기사원문
민주 "기재부서 예산처 분리해내야"
결국 대통령실 이관 추진 가능성 높아
"대통령이 예산 위해 국회 설득케 돼"
기재2차관 출신 기재위원장 송언석
"단기 정치 목적에 국가재정 남용 위험"
"대외신인도에 치명적 영향 미칠 수도"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분리하는 정부조직개편을 검토하는 데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 입장을 냈다. 민주당이 예산권을 대통령비서실로 이관하는 안을 추진할 경우 예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가 집권하면 기재부 분리를 비롯한 경제부처들을 재편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후보 수락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재정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며 “세부적인 안은 나중에 발표하겠지만 기재부가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날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했다. 정일영·김태년·박홍근·오기형·정태호·안도걸·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낼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하는 정부인 만큼 정부조직개편을 일찌감치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기재부 권한 분산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는데, 특히 오기형 의원은 “적어도 예산·국고 기능 정도는 쪼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하태수 경기대 교수는 기획부 예산실을 기획예산처로 분리해 국무총리 산하기구로 두고, 세입·국유재산·외환 관리 기능은 재정부로 개편하는 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에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지만 결국에는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실로 이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 조정과 예산 기능이 대통령실 산하에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예산 기능을 관리하고 국회가 예산심사와 결산으로 견제하면, 대통령은 예산 관리 책임감으로 의원들을 불러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가예산을 정치적으로 남용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 의원은 박근혜 정부 기재부에서 예산실장과 2차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송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미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 이제는 곳간 열쇠까지 대통령이 직접 쥐겠다는 것”이라며 “예산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너지고 국가재정이 단기적 정치 목적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재정건전성이 파괴되고 심각한 경우 재정파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예산 편성 투명성이 악화되고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면 대외신인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자본 유출, 금리 상승 등 부정적 파장이 이는 건 남미 등 여러 나라들의 사례로 확인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기재부의 국가재정관리 기능은 건재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송 의원은 “기재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분리와 통합을 거치며 행정 지속성과 연계성을 최대한 고려해 최적화된 형태”라며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려 할 때마다 국민경제를 지키기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의 기재부 해체 시도는 그간 재정확대 문제를 놓고 기재부와 갈등을 빚은 데서 비롯된 감정싸움이라고 치부했다. 송 의원은 “분노와 증오로 국가재정 시스템을 갈가리 찢겠다는 건 국가재정의 안정성과 경제정책의 일관성, 정부 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폭거”라고 규정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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