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은 변동성 대응이 중요...방향 예단하기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2025.05.06 14:00
수정 : 2025.05.07 14:51기사원문
이창용 ADB 연차총회 기자 간담회
1500원 넘보다 1300원대로 급락
美中 협상 타결 가능성 커진 탓
“갈등 흐름에 따라 변동성 여전”
【파이낸셜뉴스 밀라노(이탈리아)=김동찬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화 강세 현상이 얼마나 유지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환율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미국 재무부의 정확한 속내를 알지 못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동행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환율은 뉴스와 기대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변동한다”며 예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변동성의 원인으로 두 가지 요소를 꼽았다. 그는 “이 총재는 “미국이 개별국가를 만나면서 환율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다”며 “미중 간에 협상 타결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기대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동성이 굉장히 큰 만큼 방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 폭과 변동률(전일 대비·주간 거래 기준)은 각각 9.7원, 0.67%로 집계됐다. 이는 3월(4.3원·0.29%)에 비해서도 2배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로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 2022년 11월(12.3원·0.9%) 이후 변동성이 가장 컸다.
그는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변동성이 굉장히 커서 이제 저 레벨로 내려왔냐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협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는 “미중 갈등이 지난달 2일에는 굉장히 나쁘게 흘러가다가 지금은 갑자기 잘 되는 분위기여서 실제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기대감이 어떻게 현실화될 지를 지켜봐야 해서 환율 변동이 끝난 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2+2 통상협의 테이블에 환율 정책을 의제로 꼽은 것을 두고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요구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환율에 대해서 무엇을 요구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아시아 전체에 요구할지, 혹은 개별 국가에 따로따로 요구할 지도 불분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미국이 원하는 것이 강달러인지 약달러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환율의 상방과 하방 변동성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우리 외환시장은 딜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에 환율이 1400원 후반으로 갔을 때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결정하면서 외환시장을 크게 고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를 쉽게 내릴 경우 대외에 한국의 중앙은행이 환율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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