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파이낸셜뉴스
2025.05.15 18:07
수정 : 2025.05.15 19:21기사원문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이를 대학의 자유와 가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하버드와 연대하여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대학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한 지침에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정부가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지원을 볼모로 정부가 교수 채용, 학생 선발, 교육과정, 교내 학생활동 등 대학 운영 전반에 무제한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대학은 단순히 전문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장소일 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정치경제적 이념들을 논의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중요한 보루 중 하나이다. 대학에 대한 자의적 통제는 곧 진리와 이념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
물론 대학의 발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가가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지원의 조건으로 정부가 대학에 대해서 높은 수준의 교육과 연구, 투명한 지배구조와 예산 집행, 국가와 사회적 가치에 부응하는 대학 운영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런 요구조건들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명시적으로 법제화되어야 하고, 정부 지원대상 선정은 그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무조건 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식은 자의적으로 대학들을 통제하여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획일적인 교육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지금 미국에서 발생하는 일이 훗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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