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종료 앞둔 '나는봄'… 위기의 10대女, 기댈 곳은 어디에
파이낸셜뉴스
2025.06.10 19:06
수정 : 2025.06.10 19:06기사원문
가출·성범죄 등 상처 돌보는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내달 4일 문 닫기로 결정·통보
정책환경 변화·중복 등 이유
서울시 "폐지 아닌 재정비 차원"
현장에선 "SOS 공백 안돼" 우려
위기 여성청소년을 지원해 온 시립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 봄'이 운영 종료 위기에 놓였다. 정책 환경이 변화했고, 다른 지원센터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센터 측은 아이들이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반발하지만, 서울시는 사업 대상과 목적에 부합하는 통합 센터 건립을 위해 기존 사업 종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립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 봄이 한 달 뒤인 오는 7월 4일 운영을 종료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센터 측에 운영 종료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운영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센터는 주요 위기 청소년 사례 이관과 센터 내부 시설과 장비 재활용을 위한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해 온 센터는 개소 12년 만에 문을 닫아야 한다. 서울시가 최근 센터에 사업 종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그간 여성청소년의 사후 관리와 오프라인 교육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왔으나, 서울시는 위기 여성청소년의 접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예방 역량을 갖춘 통합 센터 건립을 추진하면 기존 센터 종료를 결정했다.
센터 운영 종료가 결정되자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센터 오픈 전까지 위기 여성 청소년들이 도움을 청할 공간이 자칫 사라질 수 있는 탓이다. 나는 봄 관계자는 "위기 여성청소년의 온라인 성범죄 연루를 사전 예방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사후관리와 아이들을 지킬 센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기 청소년 아이들이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이 우리 센터"라며 "통합 센터 건립까지 걸리는 6개월 동안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해야 할 타이밍에 아무도 없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센터 측은 서울시 결정에 반발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현재까지 약 2만여명이 참여했다. 서울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도 센터 운영 종료에 유감을 표했다. 위원회는 "그동안 나는 봄 센터가 단순한 지원기관을 넘어 10여년간 위기 청소년을 위한 촘촘한 현장 대응망으로 기능해왔다"며 "이런 현장 기반의 대응 체계가 중단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이번 결정이 폐지가 아닌 재정비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위기 여성청소년 상대 온라인 성범죄 예방 기능을 추가한 센터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 센터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모니터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가출 청소년 유인 범죄 예방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험도가 높은 주요 관리 대상인 아이들은 각자에게 동의를 받아 수탁법인인 막달레나공동체로 이관해 공백기 간 관리할 예정"이라며 "자체 의료기능을 갖춘 나는 봄 센터를 유지·보수해 내년 1월 통합센터를 오픈할 것"이라고 전했다.
gowell@fnnews.com 김형구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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