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추가 1000원"… 한강라면 먹으러 왔다 ‘깜짝’

파이낸셜뉴스       2025.06.12 18:20   수정 : 2025.06.12 18:19기사원문
달걀 소매가 작년보다 22% 상승
"라면에 계란까지 넣는 건 사치"
재료비 상승에 자영업자도 부담
식당들 김밥에 계란 양 줄이고
계란 프라이 서비스도 없애

"달걀 하나 1000원이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3번 출구를 지나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미니선풍기, 돗자리, 라면을 파는 가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한 곳에서 대학생 윤모씨(27)가 라면을 고르고 날달걀을 집는 순간 상인의 짧은 한마디가 그 손을 멈추게 했다.

조리도 되지 않은 날달걀 한 알에 1000원. 이 때문에 라면에 풀려면 5000원을 훌쩍 넘는 가격표가 한강에서는 흔해졌다.

연인과 라면을 나눠 먹은 윤씨는 "요즘 라면 가격도 오르고 달걀도 비싸다고 들었는데, 둘이서 라면 두 개에 달걀까지 추가하면 만원은 줘야 하니 부담스럽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강릉에서 온 A씨(40대) 가족의 라면에 달걀은 없었다. 세 가족이 모두 달걀을 추가하면 라면 하나 값과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강라면으로 가성비 좋게 낭만을 즐기는데, 달걀까지 넣는 건 사치"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진열대의 가격표도 치솟는 물가를 충분히 반영했다. 가장 저렴한 대란 한 판(30개)은 7990원, 프리미엄 무항생제 달걀(25개)은 1만4000원에 달했다. 주부 B씨(70대)는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소포장된 달걀을 집어 들었다. 그는 "올해 초부터 필요할 때만 조금씩 사는 게 버릇이 됐다"며 "달걀은 직접 골라야 해서 비싸도 결국 마트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걀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특란 10개 소매가는 3815원으로, 전년 대비 약 22% 상승했다. 대형마트에서는 30개 한 판이 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흔했다. 산지 달걀 가격 또한 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6월 특란 10개의 산지가격을 1950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18.5% 높은 수준이다. 7월 이후 가격 또한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격 급등은 자영업자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최근 김밥에 쓰는 달걀 양을 줄이고, 서비스로 제공하던 달걀 프라이는 아예 없앴다. 그는 "김밥이나 칼국수, 반찬 등 거의 모든 메뉴에 달걀이 들어간다. 손님 눈치에 가격은 못 올리고 재료비만 뛰니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 가격안정 유도를 위해 달걀가공품 수입 확대와 무관세 할당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해당 대책은 제과업체 등 대형 식품 제조업체에 국한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우리는 날달걀 바로 까서 쓰는데, 같은 자영업이지만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달걀 가격 상승이 소비자 체감물가를 자극하고, 외식 감소 등 연쇄적인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달걀은 일상적인 외식 메뉴에 광범위하게 쓰인다"며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 외식을 꺼리게 되고, 이는 내수침체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 상승에는 단순 수급문제 외에도 유통, 인건비, 포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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