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쌍대성
파이낸셜뉴스
2025.06.15 19:55
수정 : 2025.06.15 19:55기사원문
인공지능의 추론·외삽에
인간의 창의성 도전받아
세상살기가 힘들어질 것
데칼코마니, 나비의 날개, 거울 속 나의 모습. 대칭성은 세상의 본질적 특징 중 하나이다. 대칭성을 추상화한 것이 수학과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쌍대성(Duality)'이라는 개념이다(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다른 개념). 어떤 대상이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도 고유의 성질이 보존된다면 쌍대적 관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수요와 판매자의 가격은 거울과 같이 함께 변하므로 수요와 가격 변동은 쌍대적인 관계다.
또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우리의 가성비 본성에 의해 공급자의 제작비용과 소비자의 만족감은 쌍대적이다.
인공지능도 쌍대성을 적극 활용한다.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문제에 쌍대성 원리를 적용하면 틀리기 쉬운 데이터를 골라내는 문제가 된다. 딥러닝 모델의 순방향 추론과 역방향 학습 과정은 미분 방정식 관점에서 쌍대적 관계에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딥러닝 모델을 공대 1학년 수준의 수치해석 기법만으로 학습시키는 기술도 있다. 제어공학의 상태 공간 모델은 인공지능의 컨볼루션 신경망과 쌍대적 관계에 있고, 이에 따라 기존의 복잡한 공학 시스템이나 계산량이 많은 피드백 시스템을 기존의 딥러닝 모델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다. 쌍대성의 실용성에 대해 감을 잡았다면 이제 이를 거대 인공지능에 적용해 보자. 우리는 GPT, 딥시크, 제미나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일상 업무에 활용한다. 또한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의 언어로 변환하는 바이브 코딩이 유행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복잡 방대한 인간의 사고체계의 거울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매개변수와 인간의 언어는 상호 변환이 가능하며,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은 쌍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인식은 어제는 맞다 할 수 있으나, 오늘의 인공지능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딥시크는 제로 베이스에서 추론능력을 키우고 이후 인간의 지식을 더한다. 더 나아가 구글 딥마인드는 추론능력을 극대화한 새로운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인 '알파이볼브(AlphaEvolve)'를 공개하며 GPU 연산의 최적화, 수학적 증명, 데이터 심층 분석, 알고리즘 설계 등 '자동화하는 과정 자체를 자동화'하고 '알고리즘 자체를 생성하는 알고리즘'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식의 거울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함을 의미한다. 스스로 추론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고체계 사이에는 더 이상 쌍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해법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믿어야 하며, 완전한 검증은 가능한 것일까.
마침 빅테크에서 엔지니어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들린다. 거대 인공지능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자신감이다. 이제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 더 나아가 인간의 창의성은 인공지능의 추론과 외삽(Extrapolation)의 도전을 받는다. 바이브 코딩이 멋져 보이고, 알파이볼브가 우리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쌍대적 관계를 버린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수록 세상 살기가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한 시대의 인간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편안함 속에 안주하게 될 것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쌍대성이 무너진 세계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쌍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상완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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