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는 스마트하게
파이낸셜뉴스
2025.06.19 18:15
수정 : 2025.06.19 20:30기사원문
물론 일반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되어 반영될 것이다.
역대 정부가 만든 국정과제 계획서를 살펴보면, 국정기획 과정에서 피해야 할 몇 가지 오류들이 드러난다. 첫째는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대선 과정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포함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정책이어야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특정 정파나 집단의 요구를 수용하여 제시된 공약 중에서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은 걸러내거나 장기적인 논의 과제로 돌려야 한다. 노동, 재정, 교육, 복지 등 사회 분야 공약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산업, 지역개발 관련 공약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공약의 실행방안에 대한 행정부 관료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정책의 개혁적인 목표는 사라지고, 과거 정책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과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첨단산업 육성 공약은 과거와 같은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으로는,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천문학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따라서 첨단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는 정부의 R&D 지원 이외에 모험자본 투자와 테스트베드 조성 등 다양한 혁신정책 수단의 조합이 필요하다. 관료들의 계획에만 의존할 경우 담대하고 창의적인 국정과제 기획을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모든 과제에 대해 실행 수단과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정기획위가 마련하는 계획서가 국정운영의 나침판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국정과제가 지향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때 참고할 만한 것이 1981년 경영컨설턴트 조지 도란이 제안하여 기업 경영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 SMART 원칙이다. 여기서 S, M, A, R, T는 구체적인 목표(Specific), 측정 가능한 목표(Measurable), 할당 가능한 목표(Assignable), 현실적인 목표(Realistic), 달성 기한을 설정한 목표(Time-bound)의 알파벳 첫 글자를 의미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가 SMART 원칙을 적용하여 작성한 국정운영 계획서를 주권자에게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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