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적 없는 최저임금… "골목 사장님 폐업 가속화"

파이낸셜뉴스       2025.06.19 18:31   수정 : 2025.06.19 20:34기사원문
'내년도 최저임금' 6차 전원회의
2016년 6030원→ 올해 1만30원
동결·인하 한번 없이 해마다 올라
소상공인聯 "고용 자체가 힘들어"

"지금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가게들도 다 힘들다고 하잖아요. 하물며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이 동네에서 문 닫은 가게가 수두룩합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최저임금이 인상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며 추가 인상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임위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최저임금을 의결해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김문수 전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 31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는 오는 29일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될수록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까지 또 오를 경우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지난 2016년 603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30원까지 인상되며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인하되거나 동결된 적이 없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의 이런 걱정을 키운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40)는 "경기도 안 좋고 물가도 많이 올라 자영업자로선 어려운 점이 많다. 원두값도 크게 올랐다"며 "여기다 최저임금까지 또 오르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씨(32)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넘은 게 체감된다. 요즘 진짜 장사하기 힘들다"며 "주변 자영업자들도 하나같이 다 죽을 지경이라고들 한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에 이어 내수부진, 경기침체를 거치며 자영업자들의 체질이 크게 허약해졌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폐업 위기에 처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 인력을 줄이거나, 이른바 '쪼개기 알바' 형태로 근무시간을 나눠 고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2)는 "월세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알바생을 예전보다 절반가량 줄였다"고 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1)도 "주휴수당까지 다 챙겨주려면 부담이 커 아르바이트 시간을 쪼개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또 한 번 인상될 경우 직원 감축이나 운영 시간 단축 등이 불가피해져 자영업자들의 고용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미 '자영업자 100만 폐업 시대'라고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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