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섬 발전' 정책
파이낸셜뉴스
2025.06.23 18:54
수정 : 2025.06.23 19:50기사원문
그만큼 지역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가 지역균형 발전을 논할 때는 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혹은 '도시와 시골' 간의 발전격차 측면에서 접근한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육지와 섬' 간의 문제가 그것이다. 사실 후자는 전자의 둘보다 더 심각함에도 지금까지 주목을 덜 받아 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적 목소리가 약하다는 측면이 클 것이다. 육지사람은 5000만명이 넘는 데 비해 섬사람은 82만명에 불과하다. 이것도 460여개 섬으로 흩어져 있어 여러 목소리를 하나로 규합하기가 힘들다. 국회의원 선거구 254개 중 온전히 섬만으로 구성된 지역구가 없다. 섬만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다. 이런 이유로 섬은 비수도권이나 육지의 시골지역보다 더 낙후되었다. 이것을 돌려 생각해 보면 그만큼 섬에는 미래 변화를 수용하면서 개발할 수 있는 여백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측면에서 섬은 마지막 남겨진 국가 발전자원이라 할 수 있다. 섬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나라 혹은 지역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섬이 정주지로서 혹은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섬이라는 정체성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그 섬에 내재된 특장(特長)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별 섬들이 발전계획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먼저 섬별로 각자의 발전 청사진을 세워야 한다. 그런 다음 여기에 맞게 부처별 사업계획이 들어와야 한다. 이런 정책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행 섬 발전 정책에 관한 거버넌스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섬을 관할하는 자치단체에 소관 섬을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하고, 섬 관리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에게는 부처 사업계획을 그냥 편집하는 차원을 넘어 조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처가 하고 싶은 사업이 아니라 그 섬의 청사진에 맞는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오는 8월 8일은 여섯 번째 섬의 날이다. 매번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주권 정부가 맞는 첫 번째 섬의 날인 만큼 종전과 다른 비전을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재영 전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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