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이야기 품은 장소들… 정동이 가진 역사가 원동력"

파이낸셜뉴스       2025.06.25 18:09   수정 : 2025.06.26 09:47기사원문
2025년 봄축제 평가 전체 1위 '정동야행' 김길성 중구청장에게 듣는다

우리나라 첫 문화유산 야행축제로 출발
11회차인 올해까지 누적 126만명 찾아
장소적 고유성 기반한 체험으로 차별화
박물관 야간개방 등 희소성도 인기비결
대사관·국가유산 등 35개 시설 개방 참여
구민 등 ‘야행지기’ 260명 함께 준비·운영
내년엔 봄 ‘이순신’·가을 ‘정동야행’ 진행
중구서 태어난 충무공 기리는 행사 열 것



‘정동야행’이 대한민국 봄 축제를 대상으로 파이낸셜뉴스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평가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5월 전국에서 열린 52개 축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특히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동야행은 재방문 의향, 타인추천 의향, 대중교통 접근성, 축제장 물가, 다양한 볼거리 등 주요 항목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경쟁력을 입증했다.

정동야행을 주최하는 서울 중구청의 김길성 청장을 지난 23일 만나 소비자 만족도 1위에 대한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봤다.

ㅡ정동야행이 파이낸셜뉴스의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감과 비결은.

▲정말 영광스럽다.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유산 야행 축제다. 2015년에 처음 중구청 주최로 시작했고, 2019~2022년에는 서울시 주최로 열렸는데, 중구청장으로 취임한 후 2023년에 다시 중구청에서 진행하고 있다. 11회차까지 진행한 올해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26만명에 이른다.

특히 올해에는 중구민과 생활주민 200여명으로 구성한 여행지기가 축제 준비부터 운영에 참여해 의미가 깊었다. 행사 운영비도 5억원 정도로 다른 행사에 비해서 규모가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동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를 바탕으로 특별한 내용과 짜임새로 행사를 준비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매해 축제를 진행할 때마다 참여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인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다. 올해는 95%, 작년에는 91% 정도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번에 파이낸셜뉴스가 진행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ㅡ다른 지역은 물론 서울 내에도 다양한 축제들이 있다. 정동야행을 다른 축제들과 차별화하는 점이 있다면.

▲정동야행은 정동이라는 역사적 장소에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펼치는 축제다. 먹을거리, 즐길거리 위주의 축제가 아닌, 장소적 고유성에 기반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무리 역사문화자원이 밀집된 장소라 하더라도 단순 '관람'에 그친다면 차별화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정동야행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역사 해설 투어, 역사 강의 프로그램은 지역기반 스토리텔링을 더하며 교육적인 효과도 있어서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보통 낮에만 운영하는 박물관 같은 공간을 야간에 특별히 개방함으로써 희소성과 이색성을 부여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야간축제로 도심의 밤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도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ㅡ해마다 특별한 주제와 이벤트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점에 집중했나.

▲올해 행사는 '정동의 빛, 미래를 수놓다'를 주제로 지난 5월 23~24일에 열렸다. 조선의 마지막이자 대한제국의 시작이었던 정동을 채우고 있는 대사관, 박물관, 종교시설, 국가유산, 미술관, 공연장 등 35개 역사문화시설이 참여했다.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 정동길 체험 프로그램, 거리공연, 역사해설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13만3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고,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인 축제이기 때문에 행사 준비가 만만치는 않다. 올해는 정동야행 최초로 총감독을 위촉해서 축제를 준비해 더욱 다채로운 콘텐츠로 정동만의 서사와 감성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일반적으로 지역 축제를 떠올리면, 주최 측에서 모든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초등학생 이상 만 60세 미만의 가족, 직장동료, 1인 가구 등으로 구성한 야행지기 260명이 축제 준비부터 운영까지 참여했다. 주한영국대사관 등 35개소가 시설을 개방했고, 13개 시설별 프로그램, 42회 공연, 4회 강연, 9개 체험을 진행했다.

지난 3월에는 정동야행을 주제로 그림 공모전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전국에서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참여해 520점의 그림이 출품됐다. 축제 기간 이 그림들로 덕수궁 돌담길을 장식했다.

지난 10여년간 정동의 여러 기관들과 함께 축제를 준비하면서 자발적으로 '정동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정동극장, 국토발전전시관, 정동교회 등 26개 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는 정동협의체를 상설로 운영해 수시로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축제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ㅡ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정동야행에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얻어 갔으면 하는지.

▲정동은 최초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 최초 사립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 최초 서양식 개신교회인 정동제일교회, 최초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 등 각종 '최초'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장소다. 반면, 을사늑약을 체결한 덕수궁 중명전, 아관파천의 현장인 러시아공사관 등 가슴 아픈 역사도 담고 있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하며 나라의 내일을 도모했던 장소도 있다.

참여하는 시민들·관광객들이 우리나라의 근대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아픔을 극복하고 지금의 발전을 이뤄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ㅡ앞으로의 계획과 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내년부터는 중구의 역사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봄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알릴 수 있는 행사를, 가을엔 정동야행을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충무공 탄생지가 서울 중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충무공은 한성부 건천동으로 불렸던 지금의 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관내에는 이순신 장군이 무과시험을 봤던 곳이자 봉사와 참군이라는 하위 관직으로 근무했던 훈련원터도 남아 있다. 이순신의 시호를 따라 붙여진 지명 '충무로'를 비롯해 충무초, 장충초 등 중구 소재 초등학교 교가에서도 이순신을 찾아볼 수 있다. 이순신을 선조에게 천거했던 류성룡과의 만남, 무과시험 도중 낙마해 다리가 골절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던 일화의 배경도 서울 중구다. 탄신월인 4월에 맞춰 매년 봄에 행사를 하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흔적을 복원함과 동시에 이를 관광콘텐츠로 개발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역사문화도시로서 중구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순신 장군 기념관을 한옥마을에 지을 예정인데, 2028년에 완공한다.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행사를 조금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무관으로서 활약했던 여수와 아산 쪽에서도 행사를 크게 하고 있다. 추후엔 이곳들과 함께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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