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수출길 막힌 중국…동남아 우회로 넓혔다

파이낸셜뉴스       2025.07.07 18:22   수정 : 2025.07.07 18:22기사원문
5월 베트남 수출 54%·인니 25%↑
전자제품·기계류 중심 증가세 뚜렷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수출업체들이 고액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수출한 뒤 원산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우회 수출 방식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늘었다.

■中, 전체 수출은 오히려 늘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중국발 우회 수출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금액이 줄었지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규모가 각각 15%, 12%씩 늘어 대(對)미 수출 감소를 상쇄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금액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15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통계에 의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수출액은 4.8% 증가했다.

FT는 중국이 제 3국에 수출품을 보낸 다음, 환적이나 추가 가공 등으로 원산지를 바꿔 미국에 보내 고액 관세를 피하는 '우회 수출' 목적으로 동남아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기 정부를 시작한 트럼프는 1기 정부에 이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재개하면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보복관세를 물렸다. 트럼프는 지난 5월 12일 합의로 일단 90일동안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30%만 받기로 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베트남이 수입한 인쇄회로기판, 전화기 부품,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등 중국산 전자부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4%(약 26억달러) 증가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는 같은 달 약 34억달러의 중국산 수출품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수출되었다고 추정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인도네시아를 통한 우회 수출도 급증했다. 5월 우회 수출 추정 물량은 8억달러로, 1년 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美, 中 우회 수출 차단 압박

중국에 이어 애플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떠오른 인도의 경우 휴대전화 관련 우회 수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트레이드 리서치 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창립자는 지난 5월 인도의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기간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넘어온 수입도 22.4%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인도의 전자제품과 기계류 수입(대부분 중국산)의 급증과 대미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망이 관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통계가 "정말 눈에 띄는 패턴"이라며 "2018년 첫 번째 미중 무역 전쟁 당시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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