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등 밑에 누워 정가 듣는 관객..‘무경계 컨템퍼러리’ 결정판 '싱크넥스트 25' 개막
파이낸셜뉴스
2025.07.09 17:18
수정 : 2025.07.10 08:49기사원문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on Sync Next 25’ 첫 무대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개막한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브랜드 ‘싱크 넥스트’(Sync Next)가 오는 9월 6일까지 10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올해로 4년 차를 맞는 싱크 넥스트는 2022년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 전환을 선언하며 함께 키워온 기획이다. 총 11개 프로그램, 32회 공연으로 구성된 올해 시즌은 80% 이상을 창작 및 초연 작품으로 채운다.
특히 이번 시즌 싱크 넥스트 25는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장르와 매체의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대 경험을 제안한다.
이번 시즌, 다채로운 음악 장르 무경계 실험이 특징
이번 시즌, 그 무경계의 실험을 가장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음악 장르이다. 테크노와 앰비언트의 몽환적 사운드부터 전통연희의 해체, 전위적 현대음악, 감각적인 무대 미장센과 결합된 힙합, 네오소울 공연까지, 각기 다른 결의 음악 작업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여기에 현대 무용, 1인극, 관객참여극, 스케치 코미디, 퍼포먼스 아트까지 더해졌다.
지난 4일 개막작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on Sync Next 25’ 첫 무대가 성황리에 끝났다. 루시드폴의 앰비언트(분위기 음악), 보컬리스트 정마리의 정가, 부지현 작가의 집어등(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빛을 내는 인공 조명 장치)을 연상시키는 조명&미술 작품까지 무경계 공연이 펼쳐졌다. 여기에 관객들은 객석 없이 베개에 누워 세 아티스트의 조화로운 공연을 편하게 감상했다.
루시드폴·정마리·부지현뿐 아니라 올해는 수민&슬롬, 제이통, 문상훈과 빠더너스 등 총 18팀이 함께 한다. 아티스트 토크 세션도 한층 풍성하게 마련돼 창작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수민&슬롬, 문상훈과 빠더너스, 코끼리들이 웃는다 등 일부 공연은 벌써 전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전통과 현재, 익숙함과 새로움을 연주한다
앙상블블랭크, 주정현 on Sync Next 25(7월 18일~19일)는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 최재혁이 이끄는 앙상블블랭크와, 2024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연주자 겸 작곡가 주정현이 창작 초연 ‘원초적 기쁨’을 공연한다. 지금, 이 시대 서울형 현대음악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조명·일렉트로닉 사운드·동서양 악기가 만들어내는 실험적 충돌이, 두 개의 무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벌트vurt., 업체eobchae on Sync Next 25(9월 5일~6일)는 서울의 테크노와 ‘멱등설’(수학이나 전산학에서 연산을 여러 번 적용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성질을 의미)이라는 미학 퍼포먼스를 결합해 ‘멱등마리아’를 공연한다. 10년 넘게 서울의 테크노 씬을 이끌어온 벌트vurt.가 큐레이션을 맡고, 2017년 활동을 시작한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eobchae가 공간을 구성한다. 업체eobchae가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展에서 선보인 세계관 ‘멱등설’을 확장한 작품이다.
도발적 몸짓으로 미술계를 사로잡은 퍼포머 불잠지의 벌레스크(burlesque)댄스·영상·합창 등이 교차하는 다층적 무대가 총 5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수민&슬롬 on Sync Next 25(7월 11일~12일)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수상하며 서로의 강점을 깊이 이해하는 팀워크를 입증한 수민&슬롬. 두 아티스트가 지난 공연 ‘미니시리즈 라이브 MINISERIES LIVE’의 연장선에서 사랑과 연애, 관계 속 감정의 복잡함을 다룬다.
코끼리들이 웃는다 on Sync Next 25(7월 20일~22일)는 신작 ‘마주하고 마주하니’를 공연한다. 지난 싱크 넥스트 23에서 ‘물질’로 깊은 여운을 남겼던 이들은 신작에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의 떨림,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감각이 깨어나는 찰나를 포착한다. 45명의 관객과 45명의 배우가 일대일(1:1)로 마주하는 구성 속에서 관객은 단순 참여자가 아닌, 함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협업자로 존재한다.
뮤지컬 ‘동네’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가 강남, 작곡가 김효은, 연출가 이준우가 강남, 김효은, 이준우 on Sync Next 25(7월 31일~8월 2일)에서 다시 뭉쳐 1인극 ‘문 속의 문’을 선보인다. SF 거장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 ‘벽 속의 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인간 욕망의 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라이브러리컴퍼니와 공동 개발한 ‘과정공유작’으로, 2026년 정식 공연을 거쳐 국내외 진출을 목표로 한다.
해니, 미스터 크리스 on Sync Next 25(8월 14일~16일)에서는 싱크 넥스트 최초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30인의 무용수와 함께 대규모 퍼포먼스 ‘우리 OO-LI’가 펼쳐진다. 메가크루 ‘팀 매그놀리아’ 디렉터로 활동하며 집단적 움직임 속 신체적 교감을 이끌어온 안무가 해니, 전세계를 오가며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해 온 미스터 크리스가 협업해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기존 장르 문법 해체, 무대라는 공간에서 재조립
리퀴드사운드 on Sync Next 25(7월 25일~26일)에서는 ‘OffOn 연희해체 프로젝트Ⅱ’를 선보인다. 리퀴드사운드는 2015년 창단돼 전위적 국악, 전자음악, 현대무용, 설치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 온 예술 단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서 전통음악과 전자음악이 교차하고, 신체 움직임과 시각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독보적인 힙합 스웨그를 가진 래퍼 제이통은 오랜 시간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밴드 로다운30, 래퍼 노스페이스갓 그리고 DJ 김나언과 함께 제이통 on Sync Next 25(8월 8일~9일)를 통해 싱크 넥스트 최초 힙합 무대 ‘솔방울과 비트’를 연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제이통은 랩이라는 장치로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고, 특유의 로컬리티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무대를 통해 전달한다. 실제로도 쓰레기를 줍고 농사를 짓는 삶의 태도를 실천해 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연의 리듬으로 시작해 산업 문명과 충돌하며 고조되는 음악의 흐름을 펼쳐낸다.
넷플릭스 ‘D.P.’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자 코미디언, 작가로 활동 중인 문상훈은 문상훈과 빠더너스 on Sync Next 25(8월 22일~24일)를 통해 새롭게 무대 작업에 도전한다.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프론트맨이기도 한 그가 선보일 이번 무대는 라이브 방송의 리듬과 공연의 현장성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문상훈 특유의 유머와 즉흥성을 더해 ‘공연으로 확장된 스케치 코미디’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 이슈를 무대 위 감각적 신체 언어로 풀어내는 안무가 김성훈도 김성훈 on Sync Next 25(8월 28일~30일)에서 신작 ‘핑크 PINK’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우리가 무심코 아름답다고 여겨온 것들 속에 내재된 폭력성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들춰낸다. 도살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 속 끊임없이 닦이고 씻겨 나가는 피, 지워지지 않는 흔적, 덩어리로서의 몸 등 섬짓함을 불러일으키는 미장센들은 불편하고 낯선 자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오히려 ‘살아있음’을 강렬히 자각하게 만든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고동훈 등 8인의 실력파 무용수들이 함께 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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