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반기 M&A 사상 최대... 34년만에 세계점유율 10% 돌파

파이낸셜뉴스       2025.07.10 09:35   수정 : 2025.07.10 09:35기사원문
도요타·NTT가 이끈 M&A
일본식 지배구조, 외부 압박에 흔들
17년 만의 카브아웃 붐



【도쿄=김경민 특파원】 올해 상반기 일본 기업이 인수자로 나선 국내외 인수합병(M&A)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월 인수 규모는 2148억달러(약 29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다. 이는 1980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이다.

세계 M&A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도 10.9%에 이르러 1990년 하반기 이후 34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10일 영국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세계 전체 M&A 규모는 1조9792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그중 일본 기업이 차지한 2148억달러는 글로벌 M&A 총액의 10.9%에 해당한다. 버블기 이후 최대 비중이다.

이번 M&A 확산을 주도한 것은 도요타자동차, NTT 등 일본의 전통 대기업이다. 도요타는 약 4조7000억엔(약 44조2000억원) 규모로 계열사 도요타자동직기 지분을 공개매수(TOB)해 비상장화하기로 했고, NTT도 약 2조엔을 들여 상장 자회사 NTT데이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존에는 상장 자회사를 그대로 두거나 지분을 맞교환하며 내부거래를 유지하는 일본식 지배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 투자자, 특히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자본 효율화 압박이 거세지며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오기노 아키히코 다이와증권 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장사 수가 정점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며 "일본도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구조 재편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카브아웃(carve-out)'도 활발하다. M&A 전문조사기관 레코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내 카브아웃 거래는 약 27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최대다.

이러한 구조 재편 흐름은 대기업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40조엔을 웃돌아 2008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3대 메가은행이 도요타자동직기의 비상장화를 위해 약 2조8000억엔을 융자하는 등 금융권이 M&A 자금 공급자로 적극 나서며 자금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에선 돈이 돌고 있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던 기업 내부 자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이에 맞춰 금융권도 흐름을 따라가며 '제2의 M&A 물결'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세계 최대 M&A 시장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여파로 일부 M&A가 보류되며 일본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 탓에 미국 관련 M&A는 다수 보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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