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G10 통화 중 엔화 '나홀로 약세'

파이낸셜뉴스       2025.07.14 11:30   수정 : 2025.07.14 14:54기사원문
일본, G10 중 유일하게 고율 상호관세 대상
스위스프랑·유로 대비 사상 최저치 수준
日경기 둔화 우려, 일본은행 조기 금리인상 기대감 후퇴
노무라 "트럼프 관세로 日 GDP 최대 1% 감소"



【도쿄=김경민 특파원】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나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프랑 대비 사상 최저치 수준까지 밀린 데 이어 유로화에 대해서도 1년 만의 엔저 수위까지 떨어졌다. 미일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기대도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달러당 엔화 환율 147엔대로 올라서며 약 2주 만에 다시 엔저 수위에 도달했다. 일주일 간 하락률만 2%에 달했다.

엔화 약세는 달러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스위스프랑 대비로는 1프랑=185엔대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1유로=172엔대를 기록하며 약 1년 만의 엔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1파운드=199엔 후반대로 연중 최저치에 가까워졌고, 200엔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발표한 서한을 통해 "일본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표된 24%보다 1%p 높은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제1차 고율 관세 통보로, G10 국가 중에서는 일본만 포함됐다.

관세 충격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미국이 새 관세율을 실제로 적용할 경우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2% 감소하고, 일본은 최대 마이너스 1% 수준의 역성장을 겪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정책 여력 부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경기 둔화 가능성 속에서 긴축 전환에 나서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리차 확대를 노린 엔화 매도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 관세 압박에 경제 펀더멘털까지 흔들리는 구조적 약세 통화로 전환하는 중"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 세력의 달러 대비 엔화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4월 말 대비 35% 가까이 줄었다.

향후 외환시장 향방은 15일 예정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2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가 가를 전망이다. CPI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며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
반면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경우 미국발 긴축 종료 기대가 살아나며 시장 흐름에 반전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정치 이벤트도 변수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이 여전히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소비세 감세 등을 주장하는 야당이 의석을 확대할 경우 재정 확장 우려가 부각되며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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