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뮤지컬 ‘멤피스’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파이낸셜뉴스
2025.07.14 14:41
수정 : 2025.07.14 19: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언제나 놓치지 않고 있는 질문 중 하나는 ‘사람들은 왜 뮤지컬을 보는가?’이다. 티켓 가격은 만만치 않고, 원하는 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일행과 약속도 잡아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극장을 찾아가서 봐야한다. 게다가 어떤 공연이 재미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반면에 영화나 드라마는 집에서 혹은 스마트폰으로 저렴한 비용에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볼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 '멤피스'는 1950년대 미국의 남부도시 멤피스를 배경으로 흑인 음악을 백인 사회에 알린 전설적인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듀이는 흑인음악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고, 1950년대 로큰롤 혁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품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 작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1960년대 미국 아이오와주의 매디슨 카운티를 배경으로 평범한 주부인 프란체스카가 사진작가 로버트와 나눈 나흘간의 사랑을 다룬다.
1950년대 미국 남부 멤피스의 흑인음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1960년대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 매디슨카운티의 중년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2025년 한국 서울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것일까. 시놉시스만 본다면 인종차별의 시대에 음악의 힘으로 차별을 극복해낸 이야기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중년 남녀의 아련한 로맨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뮤지컬은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로 그리고 이야기 이상의 감동적인 체험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원작 소설에서 프란체스카는 “평생 동안 가족에게 충실했으니, 죽어서는 로버트를 택하겠다”고 적어놓았다. 불륜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든 가슴 한 켠에 순수한 사랑 한 조각을 품고 살기도 한다. 아슬아슬한 두 주인공의 심정은 아주 난이도 높은 노래들을 통해 설레임, 기쁨, 절망을 진하게 담아 놓았다. 이렇게 음악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공연에서의 압권은 마지막에 부르는 남편의 노래다. 두 주인공이 헤어진 후에 살아가는 인생의 시간을 한 넘버에 담아내면서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 대한 사랑을 품었지만 가족에게도 충실했음을 보여준다.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의 감동은 음악적 장면으로 완성된다.
'멤피스'는 한국 공연에서 인종갈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흑인음악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한국 배우들이 흑인음악과 춤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노래와 춤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공연으로 끌어들인다. 대극장 쇼뮤지컬의 수준 높은 무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 인종갈등을 넘어 음악과 춤으로 하나가 된다는 경험을 공연을 통해 느끼게 만들어준다.
홍보물만 보고 뮤지컬의 이야기를 뻔하다고 단정지으면 안된다. 뮤지컬의 이야기는 요약되어진 시놉시스 이상의 진한 여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티켓을 예약해서 극장으로 달려가면 그 뻔해 보이는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몸이 들썩들썩 하게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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