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꺼내는 ‘smart’ 담긴 중의법, 대북정책에도 적용될까
파이낸셜뉴스
2025.07.16 06:00
수정 : 2025.07.17 01:44기사원문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권위·독재 정권 지도자 상대 "똑똑하다 영리하다" 치켜세워
-되레 중의적 표현 가능성… 최근 “실망적(disappointed)”으로 변화
-실망 안겨준 푸틴에 대가, 우크라에 무기체계 지원 등 강도 높은 지원
-50일 기간 제시, 휴전 하지 않으면 제재 등 후속조치 고강도 압박 나서
-치켜세우고 응하지 않으면 "실망" 직설화법 후 대가 치르는…양면 화법
-트럼프, 최근 김정은과 친서외교 재개 '긴장완화 Vs 화염과 분노' 향방은
-트럼프 중의법에 주목, 미북협상 등 문제 韓 주도적 시점·강도 파악해야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으로 재임 중이든 전직 신분이든 권위주의 정권과 독재정권의 지도자를 상대로 ‘smart’라는 단어를 자주 꺼내 들어왔다. 지난 2025년 4월 트럼프는 무역전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뜬금없이 “나는 시진핑 주석을 잘 안다.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고 언급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천재”라고 불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푸틴을 ‘아주 영리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향해 “영리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사용하는 단어가 바뀌는 기류를 고려하면 ‘smart’라는 단어는 되레 중의적 표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협상에 적극적이지 않고 전쟁이 지속되자 그를 평가하는 대한 단어가 “실망적(disappointed)”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단어 변화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실망을 안겨준 푸틴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게 방공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나토를 통한 간접적인 판매 방식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장 높은 강도의 지원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책적 선회로 평가된다. 실망을 안겨준 푸틴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0일이라는 명확한 기간을 제시하며 그전까지 휴전을 하지 않으면 제재 등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고강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점에서 ‘smart’는 절대권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영리한 것’이라는 우회적 압박의 의미도 담긴 중의적 표현이라고 평가된다. 영리하다고 치켜세워주었는데 엉뚱한 행동을 하면 실망스럽다고 직설화법을 던진 후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양면성이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화법이 중의법과 양면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김정은에 대한 화법이 재주목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영리하다”고 치켜세우고 “자신과 친하다”는 언급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친서외교를 재개하면 미북정상회담의 군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이는 미북정상회담이 양국의 긴장완화의 단초가 될 수 있지만 제2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영리하다고 치켜세우는 것은 자신의 요구를 듣는 것이 영리한 것이라는 우회적 압박의 의미는 내재했을 수 있고 자신과 계속 친하려면 협상에 재대로 임해야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화법일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되면 김정은에게도 ‘실망스럽다’를 단어를 꺼내 들을 수 있다. 이 단어를 꺼내 들면 그에 해당하는 후속조치도 구사할 수 있다. 이것이 트럼프의 중의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중의법에 주목하면 미북협상 등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패싱되지 않는 소극적 처방을 찾는 것을 넘어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설 있는 시점과 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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