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쏜 남자, 45년 만의 재심"
파이낸셜뉴스
2025.07.16 08:16
수정 : 2025.07.16 08:25기사원문
박정희 저격… 김재규, 다시 역사 앞에 선다
[파이낸셜뉴스] 45년 전,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 다시 법정에 선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혐의로 사형당한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16일 시작된다. 1980년 사형이 집행된 지 45년,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당시 군사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1심은 16일 만에, 항소심은 단 6일 만에 마무리됐으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지 사흘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국군보안사령부에 체포된 뒤 곧바로 군사법정에 넘겨졌다.
이후 40년이 흐른 2020년 5월, 김 전 부장의 유족은 “불법적인 수사와 부당한 재판이 있었다”며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건은 장기간 검토를 거쳐 지난 2월 19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수사관들이 김 전 부장을 수일간 구타하고 전기고문하는 등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사법경찰관이 직무와 관련해 범죄를 저질렀고, 비록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재심 사유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심 사유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같은 달 25일 재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5월 13일 이를 기각했다. 결국 재심은 그대로 진행되게 됐다.
재심에서 김 전 부장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들이 배제될 경우 무죄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 유족 측은 김 전 부장이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유신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결단을 내린 인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그를 내란범으로 규정해온 기존의 역사 인식과 법적 판단이 뒤집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쟁도 여전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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