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검찰 수사, 군맹무상 안되려면
파이낸셜뉴스
2025.07.16 18:02
수정 : 2025.07.16 18:02기사원문
특정 사모펀드가 롯데카드를 동원해 홈플러스의 자금조달을 '무한정'으로 확대했다는 검찰의 의심은 '음모론'이 아닌 '합리적 의심'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계열사 간 거래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공백이 더해졌다. 핵심은 2024년 1월 시행된 자산유동화법 개정에 있다. 자산유동화법 개정 전인 2023년 금융당국은 기업구매카드 기반 유동화증권을 '5% 의무보유 조항'의 예외로 분류했다. '의무보유 조항'이란 유동화증권의 기초자산 보유자가 해당 증권의 최소 5% 이상을 직접 보유해야 한다는 장치다. 발행자의 책임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안전핀이다.
최근 일부 투자자는 대주주가 롯데카드를 동원해 발행구조를 설계하고, 신용위험을 사실상 외면한 채 유동화증권을 쏟아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 3월, 롯데카드가 홈플러스에 유리한 조건 '예컨대 기업카드 한도'를 일방적으로 제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이제 단지 롯데카드 하나로 끝낼 일이 아니다. 비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의 '한도' 없는 유동화증권이 쏟아지고 있다. 자산유동화개정법 5%룰 삭제를 교묘히 이용하는 기업들을 살펴야 한다. 롯데카드만 들여다보는 것은 그야말로 맹인들이 코끼리 다리만 더듬는 '군맹무상'이나 다름없다. 비우량기업의 카드 한도를 무한정 열어주다시피 한 카드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방임과 유관기관의 구조적 무책임이 중첩된 결과다. 유동화시장에 대한 규제의 기본은 단순하다. '신용'에는 '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한도를 초과하면 누구든 무너진다. 기업도, 금융기관도, 투자자도 예외가 아니다.
khj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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