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김문수-비박 홍준표..같은 듯 다른 ‘대선 패장 재등판’

대선 패배 직후 당권가도..金-洪 데자뷔
차이는 파면 대통령·당 주류와의 관계
金 "전한길 끌어안자"며 개혁파와 대립
洪 "난파선 선장 하려고 몸부림" 일갈
전문가들 "친윤 쇄신하고 개혁파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른 대선에서 패배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권 경쟁에 나섰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대선에서 밀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 대표로 나섰던 것과 겹쳐 보인다. 다만 당내 구도상 입장은 정반대이다.

비박계 인사로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주도했던 홍 전 시장과 달리, 김 전 후보는 친윤계로서 당내 개혁파에 맞서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구도는 친윤계와 개혁파로 갈라져있다. 친윤 측에서는 김 전 후보와 장동혁 의원이 나섰고, 개혁파는 안철수·조경태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한동훈 전 대표도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권주자 중 대선 패장인 김 전 후보가 나선 게 가장 눈에 띈다. 과거 마찬가지로 자당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당권을 쥔 적이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이던 시절인 2017년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열린 대선에서 홍 전 시장이 나섰다가 패배했고, 직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전 대선후보가 당권을 쥐었다는 모양새만 같을 뿐, 파면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한 입장은 정반대이다. 홍 전 시장은 애초에 비박계로 박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상징하는 후보였고 당권경쟁에서도 친박계 후보들에 맞서 승리했다. 반면 김 전 후보는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인물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하는 개혁파 주자들과 대립하고 있다.

김 전 후보는 20일 출마선언을 하며 윤 전 대통령을 비호했던 전한길씨의 입당에 대해 끌어 안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친윤주자 장동혁 의원은 개혁파를 ‘내부총질자’라고 칭하며 “극우로 몰아가지 말라”고 반발했다.

홍 전 시장이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시보다 상황이 어렵다고 진단하며 “스스로의 잘못으로 난파선이 됐는데, 난파선 선장이라도 하려고 몸부림치는 군상들을 보면 참 가엽다”고 일갈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극우와의 단절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개혁파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많다. 이를 위해 안철수·조경태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등 개혁파가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조 의원은 단일화를 제안했고, 한 전 대표는 최근 안 의원과 면담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을 도와 국민의힘을 망친 장본인들에 대한 인적쇄신이 없이는 안된다”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지도부가 나올지, 혁신파를 몰아낼 극우 후보가 당선될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는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차기 지도부에 쇄신을 맡겨야 한다”며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개혁파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mail] 김윤호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