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않기

파이낸셜뉴스       2025.07.22 18:02   수정 : 2025.07.22 18:02기사원문

"세 번째 레슨, 일희일비 않기!"

최근 역주행 중인 유노윤호의 노래 '땡큐(thank u)' 속 한 줄 가사다. 처음 들었을 땐 다분히 자기계발적인 메시지로 들렸지만, 최근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이한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지금 이 시장에서 꼭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요즘 증시는 오랜만에 들뜬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침체돼 있던 국내 증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다양한 친시장 조치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반응했고 마침내 코스피는 연고점을 돌파하며 3000선을 회복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지표를 넘어선다.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 상장사 쪼개기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상징되던 구조적 문제가 처음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우려도 함께 커진다. 시장이 또다시 '숫자'에만 집착하는 분위기다.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하자 증권사들은 "4000 간다"는 전망을 경쟁하듯 내놓았다. 투자 커뮤니티도 들썩이고 있다. 숫자가 현실보다 앞서 달리는 느낌이다.

숫자에만 매달리면 방향을 잃기 쉽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그런 경험을 해왔다. 2020년 팬데믹 이후의 급등장, 2022년 급락장을 지나며 지수가 조금만 오르면 환호했고 조금만 빠져도 낙담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방향성과 신뢰다. 코스피가 3000이든 4000이든 그것은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이번 반등이 구조적 개혁에 기반한 체질개선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지금부터의 선택과 태도에 달려 있다.

지금은 지수가 아닌 본질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은 지수 상승에 도취되지 말고, 일관성 있는 제도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기업 역시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신뢰 확보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자자들의 태도다. 코스피가 3000을 넘자 매수에 나섰다가, 2950으로 밀리면 다시 패닉에 빠지는 패턴은 생산적이지 않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의 펀더멘털과 시장구조 변화에 집중하는 장기적 관점이 정착돼야 한다.

숫자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코스피 3000은 출발점이지 도착지가 아니다. 이 숫자가 갖는 상징을 긍정하되, 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을 믿고, 구조를 바꾸고, 신뢰를 쌓는다면 숫자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hipp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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