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일부 누락해 회생 결정된 채무자…대법 "고의 아니면 사기죄 아냐"

뉴시스       2025.07.24 12:01   수정 : 2025.07.24 12:01기사원문
1·2심 유죄…"소득원, 회생절차서 중요" 대법 "기망행위 단정 어려워" 파기환송

대법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채무자가 회생절차 과정에서 재산 상황을 일부 누락해 회생 결정을 받아도 고의가 아니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동물병원 운영하던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하다 수억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면서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고 2017년 10월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월 수입란에 440만원 상당의 동물병원 월 급여만 기재하고 아내 명의 계좌로 받은 추가수당은 제외한 뒤 이듬해 2월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았다.

이후 같은해 7월 A씨는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 총 31명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 11억7400여만원 중 7억3500여만원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회생절차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허위 재산관계를 기재하고 법원을 기망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인 재산상의 이득액은 회생 결정으로 면책받은 금원인 7억3500여만원이 아니라 추가수당 상당액인 2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 쟁점은 채무자가 재산 및 수입 상황과 관련해 허위의 내용으로 법원을 기망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은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유죄로 판단했다.

1·2심은 "개인회생 신청 서류를 허위로 제출하면 신청을 기각하거나 회생절차폐지 결정을 할 수 있는 등 피고인의 직장관계와 같은 소득원은 법원의 회생 및 면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 재산관계를 기초로 한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실제 면책받을 수 있었던 채무액을 초과해 면책받은 이상 누락된 추정소득 금액이 아니라 면책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가근무를 통해 얻은 수당을 회생계획안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은 명백하지만 이것이 객관적으로 회생계획인가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회생계획안에 반영 또는 기재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으로 회생계획인가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이로 인해 회생계획인가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편취의 고의 또는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묵비한 추가수당 때문에 회생계획의 인가결정 여부가 좌우된다거나 회생계획의 변제율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회생절차에서 사기죄 성립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법리를 설시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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