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로잡은 플레이리스트…청년층의 새로운 '힐링' 루틴

뉴시스       2025.07.27 07:01   수정 : 2025.07.27 07:01기사원문
학술연구정보 서비스 디비피아…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인기 대학생 "신선해서 듣게 돼…경험·힘듦 공유할 수 있어 좋아" 문화평론가 "젊은 층 지쳐있다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아"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낮 기온이 17까지 오르며 포근한 늦가을 날씨를 보인 8일 서울 중구 책읽는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볕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11.0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김태연 인턴기자 = #. 대학원생인 A(30)씨는 학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제일 먼저 음악을 튼다. A씨가 택한 플레이리스트는 '연구실에서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침대에 누워서 멍때리며 음악을 들으면 하루 동안 연구실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다.



최근 대학생과 청년층 사이에서는 특정 상황에 맞춰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이색 플레이리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주체가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닌 'DBpia(디비피아·누리미디어)'라는 학술연구정보 서비스 운영사라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2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디비피아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청년층의 일상에 공감하는 음악 콘텐츠를 연이어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달 4일 처음으로 '엄마아빠저는연구실에서행복하게지내고잇어요'를 게시했다.

논문 검색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연구실에서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논문 좀 써 주이소.. 내 손이 이래가.. ▲논문 심사 탈락도 락이다 등 유쾌한 제목의 영상들을 올렸다. 이들 영상은 모두 74만5000회(25일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댓글만 1900개가 달렸다.

첫 플레이리스트를 게재할 당시 구독자 수가 9648명(현재 2만3800명)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많은 비(非)구독자에게까지 입소문이 났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학술연구정보 서비스를 운영하는 DBpia(디비피아·누리미디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연구실에서 소리 지르고 싶을 때'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고 있다. (사진=디비피아 유튜브 갈무리) 2025.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학생인 김진훈(25)씨는 "디비피아가 제공해 준다는 점이 신선해서 처음 듣게 됐다. 듣다 보니 플레이리스트 선정 음악이 괜찮아서 기분 전환에 좋아 계속 듣게 됐다"며 "주로 연구실에 도착해서 연구할 때나 디비피아 등에서 학업 관련 논문자료 공부를 시작할 때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단순히 플레이리스트가 좋은 것도 있지만 댓글을 통해 학생끼리 자신의 경험이나 힘든 부분을 공유하거나 자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 위로받기도 하고 공감도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조유현(21)씨는 "섬네일과 플레이리스트 제목 자체에 공감해서 찾게 된다"면서 "주로 과제를 할 때 듣는다. 연구실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학업과 관련해 마음이 힘들 때면 찾게 된다"고 털어놨다.

학부·대학원생의 고충을 공유하고 이를 통한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회사 측의 목표다.

한 누리미디어 관계자는 "대학원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디비피아 채널에서 대학원생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 저희 채널의 취지"라며 "앞으로 계속 기획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하나의 형태로 한정 짓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플레이리스트의 인기가 젊은 세대의 심리적 피로와 이색 콘텐츠를 향한 선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선택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사람은 선택 자체를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여기서 플레이리스트가 이런저런 주제를 걸고 나오다 보니 선택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줄여줘 소비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워낙 심신이 지쳐있다 보니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매칭이 잘 안될 것 같은 것이 연결됐을 때, 오히려 그럴 상황에서 시너지가 나기도 한다"라면서 "뻔한 조합 자체는 이목 끌기 어렵다. 오히려 조합이 이례적일 때 반응이 더 클 수 있다"고 해설했다.
[서울=뉴시스]학술연구정보 서비스를 운영하는 DBpia(디비피아·누리미디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논문 좀 써 주이소.. 내 손이 이래가..'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고 있다. (사진=디비피아 유튜브 갈무리) 2025.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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