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재회한 6남매…이란 혁명을 가족 서사로 복원하다
뉴스1
2025.07.28 06:25
수정 : 2025.07.28 08:37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파리누쉬 사니이의 장편소설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수많은 가족의 삶을 파괴한 거대한 단절인 이란 혁명을 육 남매의 재회를 통해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소설은 이란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이란 혁명(1978~1979)은 입헌군주제인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혁명이다.
이야기는 격변의 시대에 각기 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여섯 남매가 30년의 세월을 지나 제3국의 바닷가 호텔에서 다시 마주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미국, 프랑스, 스웨덴, 이란 등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남매 중 누군가는 망명 중 고독에 시달렸고, 누군가는 남은 땅에서 억압과 전쟁을 견뎌야 했다. 이들의 감정은 오래된 불신과 오해로 얽혀 있었고, 그 골은 '배신'과 '무관심'이라는 말로 덧칠됐다.
소설은 열흘간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며 용서를 구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특히 인물 간 대사만으로 구성된 서사 형식은 각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마치 무대극을 보는 듯한 밀도 높은 감정의 충돌을 빚어낸다.
사니이는 '나의 몫', '목소리를 삼킨 아이'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억압받는 이란 여성과 민중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번 작품은 억압과 단절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편 이란은 이 소설을 금서로 지정했다. 그만큼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은 개인의 감정뿐 아니라 집단의 기억, 국가의 상처를 함께 사유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유의 끝에, 독자는 조용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씀/ 이미선 옮김/ 북레시피/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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